‘에쿠우스’ ‘아마데우스’… 극작가 피터 쉐퍼 타계

입력 2016-06-07 19:31

연극 ‘에쿠우스’와 ‘아마데우스’로 잘 알려진 영국 출신의 세계적 극작가 피터 쉐퍼(1926∼2016·사진)경이 90세로 별세했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쉐퍼경이 6일(현지시간) 새벽 아일랜드의 카운티 코크 호스피스병동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쉐퍼경의 대리인에 따르면 최근까지 건강했던 그는 지난 5월 15일 9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갑자기 쓰러진 뒤 회복되지 못했다.

평생 18편의 희곡을 쓴 그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인간의 심리를 예리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2001년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2007년 미국 연극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등 20세기 영국 극작가 중 가장 성공적인 작가로 꼽힌다.

그는 영국 리버풀의 유대계 가정에서 쌍둥이로 태어났다. 그의 쌍둥이 형제인 안토니 쉐퍼도 극작가 겸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그는 극작가로 본격 데뷔하기 전까지 광부, 출판사 직원, 도서관 사서, 평론가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54년 첫 희곡 ‘소금의 땅’으로 주목받은 그는 58년 ‘다섯 손가락 연습’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런던 국립극장에서 73년과 79년 각각 초연된 ‘에쿠우스’와 ‘아마데우스’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에쿠우스’는 자신이 사랑하던 말 여섯 마리의 눈을 찔러 멀게 하고 법정에 선 17세 소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도 75년 극단 실험극장 초연 이후 2년에 한 번꼴로 공연되는 스테디셀러 연극이다. 한국에서는 특히 강태기, 송승환, 최민식, 최재성, 지현준 등 걸출한 남자 배우들이 거쳐 가는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아마데우스’는 클래식계에 떠도는 살리에리의 모차르트 독살설에 착안해 집필한 작품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자신의 희곡을 영화 시나리오로 직접 각색해 84년 아카데미상을 받기도 했다.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