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문화적 유산을 스스로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랑스런 역사를 증언해야 될 건축물과 사적지를 무분별한 건축 인·하가로 인해 제대로 보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광주기독병원 내 ‘선교사 사택’이 직장어린이집 신축을 위해 철거될 위기에 놓이자 양림동 주민자치위원회와 남구의회가 보존대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1940년대 초반 미국에서 파견된 선교사들이 사택으로 사용하던 이곳은 광주에 들어선 첫 서양 건축물로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부지면적 990여㎡의 선교사 사택은 당시 건축된 총 4채 중 1채만 그대로 남아 있다.
광주시 기념물로 지정된 ‘우일선 선교사 사택’과 가까워 ‘양림동 역사문화역사마을’을 방문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고 있다. 하지만 기독병원 측은 선교사 사택은 사유지에 지어진 불법 건물로 그동안 진료과장 숙소 등으로 사용돼 보존가치가 낮고 개·보수를 해도 어린이집 용도로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의무적으로 신축해야 될 직장어린이집 개원을 위해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상황이다.
주민자치위와 남구의회는 “1905년부터 국내로 들어온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생활하던 사택은 근대역사 문화유산으로 후손에 온전히 물려줄 수 있도록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는 기독병원과 주민자치위가 팽팽히 맞서자 선교사 사택을 사들여 문화재 등록절차를 밟고 기독병원에는 직장어린이집 대체 부지를 마련해 준다는 중재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성사여부가 불투명하다.
또 지난해 문을 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5·18민주평화기념관으로 탈바꿈한 옛 전남도청 본관은 1980년의 원형이 마구 훼손돼 아쉬움을 주고 있다.
문화전당 5·18민주평화기념관으로 꾸며지면서 본관 절반 이상이 뜯긴데다 당시 시민군과 계엄군의 총격전을 한 눈에 증언할 건물 곳곳의 ‘탄흔’이 두터운 도색에 가려져 대부분 알아보기 어렵게 됐다.
5·18기념재단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탄흔 조사를 의뢰했지만 현재 상태에서 육안으로는 도저히 식별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남대 정문과 광주역 광장, 상무관, 광주YMCA, 농성광장, 옛 광주교도소, 옛 505보안부대, 옛 국군병원 등 광주 도심에 산재한 27곳의 5·18사적지도 도시개발로 원형이 망가지거나 관리가 되지 않아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문화유산 보존 못하는 광주시… 관리 부실·무분별 인·허가
입력 2016-06-07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