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지지 대열에 하나 둘 합류하던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의 바뀌지 않은 언행에 다시 고개를 젓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적 뉘앙스로 멕시코계 판사를 비판해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무슬림 판사도 믿을 수 없다고 발언해 공화당 주류를 아연케 하고 있다.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CBS방송 인터뷰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 ‘트럼프대학’에 불리한 결정을 한 곤살레스 쿠리엘(62) 샌디에이고 연방지법 판사의 인종적 편향 가능성을 또 제기했다. 멕시코계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편견이 있으며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하고 있어 재판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이 대선은 물론 상·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히스패닉을 필두로 이슬람계 등의 지지율을 높이는 게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막가는 언행은 당의 기반을 무너뜨린다는 위기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인종차별주의적 시각으로 미국 사회질서의 한 축인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공화당의 철학적 기반인 보수주의 자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후보로 물망에 오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마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쿠리엘 판사는 미국인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이 그것으로 끝이다”라며 “트럼프의 발언은 그가 한 최악의 실수 중 하나로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도 트럼프의 발언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6일에는 공화당 경선에서 경쟁했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인종이나 종교를 이유로 판사를 공격하는 것은 미국을 분열시키는 또 다른 전술”이라며 쿠리엘 판사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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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막말 비판’… 다시 멀어지는 공화당 지도부
입력 2016-06-07 19:10 수정 2016-06-07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