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힐러리와 트럼프 중 누가 당선돼도 파장 클 것

입력 2016-06-07 17:56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2383명)을 확보하며 ‘매직넘버’를 달성했다. 이로써 11월 8일 대선은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양자 구도로 사실상 치러지게 됐다. 45대 미 대통령은 둘 중 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첫 여성 후보와 부동산 재벌 출신 정치 아웃사이더 간의 세기적 대결이어서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최대 우방으로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나라다. 그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누가 되느냐는 재론할 여지가 없는 중차대한 문제다. 그런데 지금까지 선거운동에서 드러난 두 후보의 정책으로 볼 때 앞으로 한국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 같아 걱정이다.

우선 경제적 압력이 가중될 게 분명하다.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모든 무역협정의 재협상을 주창하고 있다. 클린턴도 보호주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가 최근 한 강연에서 법률시장과 의약 서비스시장 개방을 압박하면서 한국이 한·미 FTA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누가 되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한(對韓) 통상 압력을 가해 올 개연성이 농후하다. 대북 문제에서도 강경 정책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임기 초반에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 경우 당근보다는 채찍에 더 무게를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립주의를 내건 트럼프가 당선되면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엄중한 상황이지만 우리 외교·안보 당국이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차기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1월이면 한국은 대선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이래저래 어수선한 시기다. 정부 당국자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