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연평도 ‘금꽃게’

입력 2016-06-07 17:58

게장은 밥도둑의 대명사다. 집 나간 며느리를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 맛도 속이 꽉 찬 꽃게로 담근 짭조름한 간장게장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게장만 있으면 밥 두 공기쯤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뚝딱 사라진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달콤하고 좋다”고 꽃게 맛을 표현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꽃게를 먹으면 열기가 풀린다”고 했다. 조상들은 꽃게를 시해(矢蟹)라고 불렀는데 자산어보에 “두 눈 위에 한 치 남짓한 송곳 같은 것(矢)이 있어서 이런 이름이 주어졌다”고 기록돼 있다.

꽃게는 4∼6월과 9∼11월이 제철이다. 하지만 요즘 꽃게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국내 최대 산지인 연평어장의 5월 말 현재 꽃게 어획량은 5만1600㎏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꽃게가 귀하신 몸이 되다보니 최근 경매에서 지난해 ㎏당 2만8000원 정도 하던 암꽃게 가격이 4만1000원 선까지 치솟았다. 웬만한 강심장을 가진 주부가 아니라면 꽃게를 식탁에 올릴 엄두조차 못 낸다. ‘금꽃게’라고 불릴 만하다.

연평어장에서 꽃게 씨가 마른 것은 지구온난화 등 서식환경의 변화 탓도 있으나 중국 어선의 무분별한 남획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평해역에 출몰하는 중국 어선은 해마다 늘어 2013년 1만5560척에서 2014년 1만9150척, 지난해 2만9640척(옹진군 통계)으로 급증했다. 하루 평균 200척이 넘는 중국 어선들이 코가 촘촘한 쌍끌이 그물로 바다 밑을 훑고 지나가니 남아나는 게 있을 턱이 없다.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중국 어선 단속을 위해 서해5도 해역에 경비함정을 3척에서 6척으로 늘리고 해상특수기동대를 추가 배치했으나 역부족이다. 중국 어선 2척을 직접 나포한 연평도 어민들의 절박한 심정이 십분 이해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특성상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단속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해양경비안전본부 해명은 군색하다. 꽃게가 없으면 연평도 어민들의 삶도 없다.

이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