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벌레라고도 불리는 반딧불이는 몸 길이 10∼14㎜이며 흑갈색 또는 흑색이다. 앞가슴등판은 주황 또는 주홍색이다. 가운데는 낮은 세로줄이 있으며 딱지날개에도 가느다란 3개의 융기선이 있다. 성충은 주로 초여름인 6월에 활동한다. 국내에는 애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 3종이 서식한다. 수 십 년 전만 해도 농촌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반딧불이가 이제는 이름난 서식지에서도 운이 좋아야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곤충이 돼 버렸다. 환경이 깨끗한 곳에서만 서식하는 환경지표종이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석탄리 안터마을은 대표적인 친환경 마을이다. 뒤로는 오봉산을, 앞으로는 대청호를 끼고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그림 같은 마을이다. 대청호 연안에 자리한 이 마을은 운문산반딧불이 자연발생지로 개체 밀집도가 국내 최대 수준이다.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려는 주민 모두의 노력 덕분이다. 운문산반딧불이는 1931년 6월 경남 운문산에서 처음 발견돼 채집지명을 종명으로 한 것이다.
과거 안터마을은 대청댐 건설 이후 다수의 수몰민이 이주해 간 동네다. 그러나 수몰민 대부분이 다시 안터마을을 떠났다. 농사지을 땅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탈을 깎아 새로 밭을 일궈도, 상수원 오염 문제로 마음 놓고 농약도 못 쳤다.
안터마을의 반전은 10년쯤 전 일어났다. 인구가 줄고, 무농약 농가가 늘면서 마을에 반딧불이가 돌아온 것이다. 마을엔 돌파구가 생겼다. 환경마을이라고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안터마을에는 제초제가 사라진 지 오래다. 반딧불이 서식지역은 아예 농사도 접었다. 20여 년 묵어 습지로 변한 다랑논엔 버드나무를 비롯한 잡목과 풀이 무성한 원시상태에 가까워 반딧불이 서식지로 최적이다. 민가와 농지도 없어 인공 불빛과 농약 피해로부터 자유로운 곳이다.
5월 하순에서 6월 중순 사이 안터마을을 찾으면 밤마다 반딧불이가 펼치는 불빛 공연을 볼 수 있다. 한 두 마리가 아니다. 은하수를 뿌린 듯 수백 마리가 밤나들이를 나와 저마다 빛을 발하며 어두운 숲에서 화려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의 꼬마 전구 같아 보인다.
안터마을은 경부고속도로 옥천IC로 빠져 정지용 생가, 육영수 생가 등을 지나 5분쯤 들어가면 닿는다. 반딧불이 서식지에 어스름이 깔리고 사방이 어두워지자 도깨비불처럼 풀숲에서 하나 둘씩 초록불빛이 반짝였다. 오후 11시를 넘어서자 계곡 위아래서 한꺼번에 폭죽이 터지듯 불빛이 춤춘다. 깨알같이 작은 불빛들은 이곳 저곳을 날아다니며 자신들만의 향연을 펼친다. 황홀한 불꽃 군무는 보는 이의 혼을 쏙 빼놓는다. 하늘의 은하수가 땅 위로 내려앉은 듯하다. 천상의 별빛과 지상의 반딧불이가 완벽한 우주를 그리고 있었다. 이따금 들리는 산짐승소리와 새소리마저 초록불빛 속으로 빨려 들었다. 절정을 이루던 불꽃 쇼는 오전 1시를 넘어서자 조금씩 사그라졌다.
반딧불이가 빛을 발하는 이유는 교미를 위해서라고 한다. 풀잎에 붙어 약한 빛을 내는 것은 암컷, 날아다니며 빛을 내는 것이 수컷이다. 유충 때 다슬기와 달팽이 등을 먹고 자라는 반딧불이는 과거 시골 농촌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환경파괴 등으로 이제는 보기가 쉽지 않다. 무주의 반딧불이와 그 서식지가 천연기념물 322호로 지정될 정도로 존재 자체가 희귀하다.
마을은 반딧불이의 황홀한 군무를 도시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여름문화체험장을 개장한다. 지난달 28일 열린 체험장은 오는 12일까지 열린다. 마을회관에 설치된 반딧불이 생태체험관과 사육장에서 반딧불이 변태 과정 등 생태를 관찰하고 주민을 따라 마을 주변 산길을 거닐면서 반딧불이 체험을 할 수 있다. 물속에서 유충이 빛을 발하는 희귀한 장면도 볼 수 있다.
박효서 이장은 “해마다 5월 말이면 반딧불이가 밤 나들이를 시작해 신비스런 장면을 연출한다”며 “가장 많은 개체수를 볼 수 있는 기간은 6월 중순까지 보름가량”이라고 말했다.
옥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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