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X시장 2년 만에 회생… SK이노·GS칼텍스 ‘복잡한 셈법’

입력 2016-06-08 04:51
공급과잉으로 인한 불황에 시달렸던 PX(파라자일렌) 시장에 볕이 들고 있다. 폴리에스테르와 페트병 등의 원료가 되는 PX 제품 스프레드(PX가격-원료가격)가 지난해 말부터 커지면서 수익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 불황 때 증설에 나섰는지에 따라 업체 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합작공장 위해 법까지 바꿨지만…우여곡절 PX 시장=PX 시장이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정유 부문 사업에 비해 높은 마진율이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의 구미를 당겼다. 일찌감치 PX 생산설비 증설에 나선 업체는 S-OIL이었다. S-OIL은 2007년 1조4000억원을 투자해 PX 생산능력을 90만t 늘리기로 하면서 생산능력이 180만t으로 증가했다. 2011년 증설된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할 무렵 ‘잭팟’이 터졌다. 그해 2월 PX 스프레드가 t당 767달러까지 치솟는 등 2013년 말까지 호황이 계속됐다.

호황이 지속되자 동종 업계 타 업체들도 수조원이 필요한 PX 공장 증설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일본 정유업체 JX에너지와 울산 아로마틱스 합작회사를 설립해 PX 공장 건설에 나섰다. GS칼텍스 또한 일본 쇼와쉘·다이요 오일과 합작회사를 만들어 100만t 규모의 공장 증설 계획을 검토했다.

그러나 두 업체의 PX 공장 진출은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막혔다. 당시 외촉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들은 지분을 100% 보유한 경우에만 증손회사 설립이 가능했다. 해외 기업과 합작한 증손회사 설립은 불가능했던 셈이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법 개정을 촉구했고, 2014년 3월부터 외국 기업과 합작한 증손회사 설립이 가능토록 개정된 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PX 시장은 개정 법 시행 이후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2014년 5월 PX 스프레드는 272달러로 최저점을 찍었다.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한 SK이노베이션은 법 개정 특혜를 받으면서도 유의미한 수익을 내지 못했고, 공장 증설 결정을 유보한 GS칼텍스는 “법까지 바꿔줬는데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업체마다 엇갈리는 PX 시장 셈법=롤러코스터 같던 PX 시장 상황은 지난해 말부터 개선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월 PX 스프레드는 400달러대를 회복했다. 연간 260만t 규모로 국내 최대 PX 생산 업체가 된 SK이노베이션과 지난해 ‘슈퍼 프로젝트’를 통해 PX 생산설비 개선 작업을 진행한 S-OIL은 이런 상황에 힘입어 지난 1분기 호실적을 냈다.

업계는 PX 시장 호황이 201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내 폴리에스테르와 테레프탈산(TPA) 등 전방업체들이 최근 몇 년간 부진한 업황을 거치며 재고를 털어내면서 공장 가동률이 다시 높아지는 상황이다. 공급과잉을 불러왔던 중국 내 PX 공장 증설도 올해와 내년에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증설에 섣불리 나서지 않았던 GS칼텍스는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수에 지을 예정이던 PX 공장은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한 상황이다. 지금 공장 증설에 다시 나선다 해도 건설 기간만 1∼2년이 필요한데, 현재 상황이 계속 이어질지 장담하기도 힘들다. GS칼텍스 관계자는 “PX 시황을 바라보는 전망치는 업체마다 다르다”며 “현재 135만t의 PX를 생산하고 있고, 증설 여부에 대해서는 업계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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