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최근 국내에 출시한 아이폰SE(사진)는 보급형 스마트폰이 아니다. 화면만 4인치로 작아졌을 뿐 성능 면에서는 아이폰6s와 동등한 수준이다. 아이폰SE를 다른 제조사 보급형 제품과 묶어서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 아이폰SE는 크기만 작아진 프리미엄 제품으로 보는 게 타당해 보인다.
보통 스마트폰 제조사는 5인치 안팎의 모델을 주력으로 하고 그보다 화면이 작은 제품은 보급형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화면을 작게 하면서 성능까지 낮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폰SE는 아이폰6s에 탑재된 A9 칩셋과 1200만 화소 카메라 등 내부 사양을 그대로 이식했다. 덕분에 아이폰SE는 아이폰6s를 쓸 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고사양 게임을 구동하거나, 웹서핑, 사진 촬영 등은 모두 쾌적했다. 아이폰6s에서 강조했던 라이브 포토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단 3D 터치는 빠졌다. 아직 3D 터치를 활용할 수 있는 앱이 많지 않아 기능이 빠졌다고 불편한 느낌은 없었다.
4인치 화면이 주는 장·단점은 명확하다. 장점은 스마트폰을 한 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경쟁사의 화면 키우기에도 작은 크기를 고집했던 이유도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었다. 한 손 사용의 장점 때문에 4인치 아이폰5s에서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은 사용자도 있을 정도다.
반면 사진·동영상을 볼 때 화면이 작아 답답한 건 단점이다. 스마트폰에서 동영상 감상 빈도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크기를 오히려 줄인 아이폰SE가 큰 관심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이폰SE의 디자인은 아이폰 올드팬의 향수를 자극한다. 아이폰5와 디자인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색상만 로즈골드가 추가됐다. 아이폰6s처럼 부드러운 느낌은 없지만, 크기가 작기 때문에 손에 쥐는 느낌은 좋았다.
아이폰SE가 겨냥하는 사용자 층은 명확하다. 애플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고객 중 작은 화면에 향수가 있는 고객이다. 하지만 그 숫자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화면 크기가 커지는 쪽으로 적응은 가능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폰SE의 가격은 16GB 56만9800원, 64GB 69만9600원이으로 같은 용량의 아이폰6s보다 30만원 가량 저렴하다. 하지만 가격 때문에 아이폰6s를 쓸 사용자가 아이폰SE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화면만 4인치로 축소… 성능은 ‘아이폰6s’ 수준
입력 2016-06-07 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