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 너 어디까지 똑똑해질래?

입력 2016-06-07 19:12



‘2009년 5억600만 달러(약 5920억원)에서 2020년 30억 달러(약 3조4368억원)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IA리서치가 예측한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 변화다. 인구 노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단순히 집안 구석을 청소하던 역할에 그쳤던 로봇청소기가 한층 더 진화하고 있다.

빗자루로 쓸어 담던 기존의 청소 방식을 탈피해 강력한 흡입력으로 미세한 먼지까지 빨아들이고, 사물인터넷(Iot)와 결합해 방범과 보안까지 담당한다. 매년 20% 가까운 성장세에 힘입어 ‘똑똑해진’ 로봇청소기가 점차 생활 가전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2003년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가 세계 첫 로봇청소기 ‘트릴로바이트’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LG전자는 같은 해 리모컨과 예약 청소기능을 담은 ‘로보킹’을 내놨고, 삼성전자도 2006년부터 ‘하우젠 로봇청소기’ 모델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당시 로봇청소기는 적외선 센서 등을 통해 공간을 인식한 뒤 쓰레기나 먼지를 쓸어 담는 구조였다. 청소 중 방문 턱을 넘지 못하거나 벽에 부딪히면 돌아서지 못하고 그대로 전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청소기에 카메라가 달리면서 공간을 스스로 인식하고, 집안 상태를 촬영하는 등 자체적인 인지 기능을 갖게 됐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외부에서 로봇청소기를 조종할 수 있다. 증강현실이 더해져 집 안 구조를 3차원 영상으로 구조화해 청소하는 제품도 나온다. 인간의 눈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까지 자동으로 인식해 먼지를 없애주는 것이다.

다만 업체마다 추구하는 방향은 약간 다르다. 최근 로봇청소기 누적 판매량 40만대를 넘어선 LG전자는 최신 제품인 ‘로보킹 터보 플러스’에 3개의 카메라를 부착했다. 이를 통해 집안 내부 실시간 모니터링 및 원격 청소를 지원하는 ‘홈뷰’와 집안에서 사물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해당 사물을 자동으로 5회 연속 촬영해 집주인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홈가드’ 등의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다.

LG전자는 업계 최초로 로봇청소기에 증강현실을 도입할 계획이다.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의 가상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을 활용해 필요한 곳만 간편하게 청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거실에서 놀던 자녀가 과자를 흘리면 부모가 스마트폰에서 그 지점을 터치해 로보킹에게 청소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은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흡입력 강화에 초점을 뒀다. 최신제품인 2016년형 ‘파워봇’은 기존 제품의 1.4배 수준에 달하는 강력한 디지털 인버터 모터를 갖췄다. 이를 통해 기존 로봇청소기가 잘 쓸어 담지 못했던 1㎜보다 작은 집 먼지까지 청소할 수 있다. 흡입된 공기와 먼지를 자동으로 분리하는 ‘싸이클론 포스’ 기술을 적용해 필터에 먼지가 쌓여 막히는 현상도 줄여준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삼성 스마트 홈’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간단히 청소 구간을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 3위업체 유진로봇의 ‘아이클레보 오메가'는 기존 제품에 비해 흡입력이 110배 강해졌다. 초당 20프레임으로 주변을 찍는 카메라를 통해 카펫이나 먼지가 많은 곳을 지날 때는 자동으로 흡입력을 높이는 ‘스마트 터보’ 기능도 탑재했다.

다만 여전히 비싼 가격은 흠이다. LG전자 로보킹은 출하가격 기준 109만원이다. 삼성전자의 2016년 삼성 파워봇 가격은 159만원, 유진로봇의 아이클레보 오메가도 72만6000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영국의 프리미엄 가전업체 다이슨이 하반기 국내에 로봇청소기를 내놓는 등 뛰어난 성능의 외국 제품도 점차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추세”라며 “업체별로 로봇청소기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됨에 따라 경쟁력은 결국 가격을 얼마나 낮추는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