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들도 모른 끼와 입담… 의외의 ‘예능 블루칩 3’

입력 2016-06-07 18:33

이들이 각각 현업에만 종사하던 시절, 누구도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훗날 이 세 사람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게 된다는 것을, 더욱이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예능 블루칩이 된다는 것을 떠올리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예능과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세 사람은 차가운 이미지의 축구스타 안정환(40), 지적인 느낌의 배우 이서진(45), 묵묵하고 심심할 것만 같은 마라톤 스타 이봉주(46)다. 이들은 개그맨들조차 살아남는 걸 버거워하는 요즘 예능판에서 핫하게 활약하고 있다.

의외의 모습, 그래서 신선하다

축구스타 안정환은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이미지가 강했다. 그가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MBC)에 나온다고 할 때 시청자들은 의아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안정환은 상남자에 유머 감각이 넘쳤으며, 의외의 입담을 자랑했다.

안정환이 올 들어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MBC)에서 방송인 김성주와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줬고, ‘냉장고를 부탁해’(JTBC)에선 건강 문제로 떠난 정형돈의 빈자리를 채웠다. 또 ‘쿡가대표’(JTBC)에서 강호동 김성주에 밀리지 않으며 예능 대세임을 입증하고 있다.

배우 이서진도 이제 예능 프로에 나오는 게 어색하지 않게 됐다.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농촌’(이상 tvN)에서 까칠한 매력을 어필했던 이서진은 ‘어서옵쇼’(KBS)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서진은 스타의 재능을 파는 홈쇼핑 콘셉트의 ‘어서옵쇼’에서 쇼핑 호스트로 나섰다. 특히 첫 방송에서 재능 기부 스타로 나온 안정환과 독특한 호흡을 선보이며 인기를 모았다.

올 초 마라토너 이봉주가 챔피언 가운을 입고 MBC ‘무한도전’ 촬영장에 등장하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저 가운 하나 걸쳤을 뿐인데 그 모습만으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라는 타이틀과 너무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특히 순박한 그의 표정이 한 몫 거들었다. 전혀 웃길 것 같지 않은 이봉주는 그 이후로도 계속 웃겼다. SBS ‘자기야-백년손님’에서는 장인과 함께 출연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본격적으로 예능판에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무한도전’에도 가끔 얼굴을 내비치고 있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순박한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본업 현장에서도 여전히 스타

세 사람의 공통점은 예능에 발을 들였지만 여전히 본업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을 스타로 키운 현장을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

이서진은 배우로서 커리어를 계속 쌓아가고 있다. 최근 종영한 ‘결혼계약’(MBC)에서는 유이와 진한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최근 예능 이미지가 강해진 시점에 원숙한 연기력으로 배우로서 존재감을 다시금 보여줬다.

안정환은 MBC 축구 해설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의 입담은 시원시원한 축구 해설로 먼저 검증됐었다. 지난해 ‘청춘 FC 헝그리 일레븐’(KBS)에서는 축구를 중도 포기해야 했던 축구 미생들에게 아버지 같은 감독이 돼줬다.

이봉주도 마찬가지다. 손기정기념재단 감사, 대한육상경기연맹 홍보이사로도 활동하는 그는 전국 곳곳의 마라톤 행사에 함께하는 등 마라톤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이들이 본업 현장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것도 좋은 이미지 전략이 되고 있다”며 “시청자들도 본격적으로 전업한 케이스보다 덜 날카로운 잣대로 이들을 지켜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