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겨우 90m가량 떨어진 인파가 붐비는 교차로였다. 아침에 아들을 통학버스 정류장에 데려다주던 어머니는 낯선 남성들과 마주쳤다. 최소 3명이 달려들어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비틀거리는 그의 머리에 한 남성이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범인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났다. 어머니와 함께 걷던 아들은 이 광경을 그대로 지켜봐야 했다.
방글라데시에서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의 민간인 공격이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제2의 도시 치타공에서 경찰관 간부의 아내 마흐무다 카남 미투(32)가 20대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공격에 사망하면서 반이슬람 여론이 불붙었다고 전했다. 남편 바불 아크타 경관은 최근 이슬람 무장단체 ‘야마트 울-무자헤딘 방글라데시(JMB)’ 조사 책임을 맡았다.
지난해에도 방글라데시에서는 반이슬람 발언을 내놓은 블로거들에 극단주의 이슬람교도의 총기 공격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범위가 더 넓어졌다. 학자, 작가, 시민단체 활동가, 외국인 노동자와 비이슬람교도에게도 무차별적으로 공격이 이어졌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날에는 기독교 신자 순닐 고메스(60)가 가게에서 살해됐다. 현지 미 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14개월간 비슷한 공격이 35차례 벌어졌다.
아사두자만 카말 내무장관은 “계획된 살인”이라며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WP는 상황이 악화된 데는 사태 해결에 소극적인 친이슬람 성향 정권의 탓도 크다고 전했다. 지난해 세크 하시나 총리는 주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도 어느 종교를 반대해 발언하거나 저술할 권리는 없다”면서 오히려 반이슬람 발언을 비판했다.
조효석 기자
[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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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경찰 아내까지… 방글라데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횡행
입력 2016-06-06 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