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영자 장남 회사들 ‘희한한 배당’… 10억 적자에도 21억 넘게 배당

입력 2016-06-07 04:02

“비엔에프(B&F)통상은 신격호 회장의 손자가 갖고 있는 회사지요?”(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식 의원)

“그 부분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내 회사도 아니고, 직접 우리 그룹하고는 거래가 거의 없는 회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지난해 9월 국회 정무위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비엔에프통상과 유니엘 등의 회사가 롯데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에 동원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1년 친족분리 신청, 2012년 공정위의 위장계열사 은폐 경고 조치가 이뤄진 두 회사였다. 증인으로 출석했던 신동빈(61) 회장은 롯데그룹과 이들 회사가 무관함을 거듭 강조했다. 김 의원이 “신영자씨의 아들이 갖고 있는 포장지 납품 회사” 등을 거론하며 롯데그룹의 내부 거래를 추궁하자, 신 회장은 “지금은 다 커트했다” “4∼5년 전 정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회장의 발언과 달리 두 회사는 정운호(51·구속)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로비와 관련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최근 비엔에프와 유니엘을 압수수색한 뒤 회사 서버 교체 등 조직적 증거인멸을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 회사가 자행한 증거인멸이 롯데그룹 수뇌부의 지시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수사에 기민하게 대응한 두 회사는 공통적으로 신영자(74)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 장재영(48)씨가 대주주이고 전면에는 이모(56)씨가 대표이사로 나서 있다.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이례적으로 상당한 액수를 주주에게 배당한다는 점도 같다.

장씨가 2005년 이후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는 비엔에프통상은 2005년부터 105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중)이 91%를 넘을 때도 있었다. 종업원이 6명인 유니엘은 2004년 이후 154억3750만원을 배당했는데, 2007년부터는 매출액이 전무하다. 10억원대 적자를 보면서도 21억원이 넘게 배당한 해도 있었다.

검찰은 장씨가 제대로 경영활동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임에 비춰 배당 등 실질 경영을 신 이사장이 해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파악하는 두 회사의 증거인멸 시기는 정 대표와 연결된 브로커 한모(58)씨가 체포된 지난달이다. 신 이사장은 한씨 체포 직후 측근을 통해 “한씨와 안면은 있지만 면세점 입점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신 이사장에게 건너간 뒷돈의 액수와 성격을 특정한 상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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