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젠다 2050’, 한국 정치의 단절성 극복하길

입력 2016-06-06 19:46
중도 성향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어젠다 2050’(가칭)이란 연구단체를 결성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조정식, 새누리당 김세연 이학재, 국민의당 김성식 김관영, 무소속 유승민 의원 등 12명이 우선 참여했다. 정당을 하나 만들어도 좋을 만큼 정치적 지향점이 비슷하고, 정당을 만든다면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만큼 면면이 간단치 않다. 하지만 이 모임이 눈길을 끄는 건 ‘어젠다’를 연구과제로 삼았다는 점이다. 교육·고용·복지·조세·행정 5개 분야에서 2050년 어떤 대한민국을 다음 세대에 넘겨줄지 연구하겠다고 한다. ‘복지전달체계 전면 재설계’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근원적 해소’ ‘교육·고용의 유연성 및 사회보장성 강화’ 등을 세부 목표로 설정했다.

1987년 이후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한국 정치는 지독하게 근시적이었다. 여섯 정권이 들어섰지만 매번 역점사업은 임기 안에 할 수 있는 것들로 채워졌고,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정책은 정권이 바뀌면 흐지부지됐다.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 노무현정부의 균형발전,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이 지금 처한 모습을 보면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가 어떻게 될지 가늠키 어렵지 않다.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을 시작하며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이 말했듯 정권을 잡는 데 들이는 무한한 노력에 비해 정권을 잡은 뒤 무엇을 할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었다.

‘어젠다 2050’이란 명칭은 독일이 2003년 시작한 개혁정책 ‘어젠다 2010’에서 차용했다. 통일 비용 후유증과 마이너스 성장의 상황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2010년 이후의 독일을 얘기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뤄냈다. 그 방향의 옳고 그름을 떠나 긴 안목에서 고민하는 미래형 어젠다 정치를 우리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다. 한국은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양극화에 봉착해 있다. 해결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구조적 문제들이다. 각 정파와 국민이 납득할 로드맵을 이 연구단체 구성원들이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각 당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가진 이들이니 이를 정책화하고 추진하는 과정도 수월할 것이다. 모처럼 꺼내든 미래형 어젠다가 정치공학에 휘둘리지 않기를, 미래를 위한 준비가 정권을 얻는 지름길이란 걸 잊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