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짜리 ‘깡통 계좌’를 양산한다는 비판이 나왔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상품운용 현황을 보여주는 공시에서도 헛발질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ISA 비교공시가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재산 불리기의 핵심인 수익률이 공시되는 상품은 전체 가입액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소비자들은 공시를 해도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상품을 출시한 금융사들도 지난 3월 출시된 지 3개월 만에 상품 수익률을 공개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ISA 누적 가입금액은 1조8033억원(209만81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신탁형 ISA 가입금액은 1조6583억원(193만6040명), 일임형 ISA 가입금액은 1450억원(15만4776명)이다. 신탁형 ISA가 고객이 직접 금융상품을 골라 투자포트폴리오를 만드는 형태라면 일임형 ISA의 경우 금융기관이 알아서 목돈을 굴려준다.
문제는 ISA 수익률 공시대상은 일임형 ISA뿐이라는 점이다. 가입금액 기준 일임형 ISA 비중은 전체의 8.0%(가입자 수는 7.4%)에 불과하다. 신탁은 고객이 일일이 편입상품을 지시하는 특성 때문에 금융사에 재량이 없어서 수익률 공시대상이 아니다. 대신 수수료와 신탁보수 등 관리비용이 어디가 더 저렴한지 등을 공개한다. 신탁형 ISA의 수수료를 볼 수 있지만 애초 금융사들이 출시 때부터 비슷한 수준으로 제시한 정보 이상의 상세한 내용은 없다. 운용상품 현황도 예·적금, 환매조건부채권, 국내 채권형·국내 혼합형·해외주식형 펀드 등으로 폭넓게 구분한 후 가입금액과 편입비중을 소개하는 데 그쳐 가입한 소비자들이 실제로 본인 계좌를 운영할 때 필요한 정보가 제한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ISA 다모아(비교공시 시스템)’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신탁형 ISA의 수수료와 상품운용보수를 먼저 공개하고, 이달 말 일임형 ISA의 수수료와 수익률을 추가 공개하겠다고 했다. 지난 3월 중순 일임형을 출시한 증권사부터 수익률이 공개되고, 한 달 늦게 일임형을 출시한 은행들은 7월부터 수익률이 공개될 예정이다.
금융사들은 출시 3개월 만에 모델포트폴리오 수익률을 공개하는 데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상품은 적어도 1년 이상 장기수익률을 봐야 안정화된 수치라고 볼 수 있는데 3개월은 상품을 비교하기엔 너무 짧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상품 수익률이 떨어질 경우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이 때문에 일임업 경험이 없는 은행의 경우 수익률 관리 차원에서 저위험 저수익형 포트폴리오가 대세를 이룬다. ISA 다모아를 보면 은행의 일임형 ISA에는 채권형 펀드 비중이 40.4%에 달한다. 반면 자산운용 경험이 많은 증권사의 경우 파생결합증권(35.8%)과 환매조건부채권(30.5%)이 엇비슷한 비중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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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액 비중 8% 불과한 ISA 수익률 공시 왜 하나
입력 2016-06-0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