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중에 스스로 물질주의자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가요?”
지난달 초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43층에 있는 일터사역연구소 ‘페이스 앤 워크 인스티튜트 아시아’(Faith & Work Institute Asia·FWIA) 회의실. 진행자 김윤희 FWIA 대표가 테이블에 앉은 10여명을 둘러보며 물었다.
소셜펀드운용회사 ‘팬임팩트코리아’ 정진호 회장이 “내가 물질주의자”라고 하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그는 “나는 교회 장로인 데다 지금은 망했지만 수십억원대 투자회사를 세우기도 했고 지금도 투자회사를 운용하고 있다”며 “그래서 돈 걱정하지 않을 것 같지만 노후 걱정으로 잠을 못 잔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한 회사의 이사였던 홍경이(여)씨도 스스로 물질주의자라고 했다. “저는 사람보다 돈에 더 가치를 뒀던 것 같아요. 나중에 정직원으로 고용할 것처럼 말하면서 인턴을 고용한 적도 있어요. 물론 신앙을 가진 이후에는 달라졌죠. 하하.”
“그러면 물질주의자를 물질을 좇는 사람, 사람을 이용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될까요?” 김 대표는 이렇게 말하면서 “성경에서 예를 찾아보자”고 했다. 이어 일터 사역 콘텐츠인 ‘FWIA 버킷’의 ‘물질주의자’라는 장을 함께 읽었다.
야곱을 속여 14년간 노동력을 착취한 라반의 이야기였다. 라반은 자기의 둘째 딸을 주겠다며 야곱을 무보수로 7년간 부려먹었다. 7년 후 못생긴 첫째 딸을 야곱에게 줬고 둘째 딸을 원하면 다시 7년을 일하라고 했다.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는 “물질을 추구하는 라반은 이전의 제 모습”이라며 “예수를 믿기 전에는 저도 물질을 좇았다”고 했다. 그는 “물론 돈이 전부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려고 한 것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 욕심 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김 대표는 신앙생활을 시작한 지 2년여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요즘 우리 직원들은 나 때문에 무척 힘들어할 것”이라며 “아침마다 모든 직원들이 사도신경을 외우고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를 전도한 정 회장은 “김 대표가 예수를 믿더니 복음을 전하기 위해 ‘위장 창업’을 한 것 같다”며 웃었다.
이 모임은 지난해 9월쯤 시작됐다. FWIA는 ‘피아 버킷’을 만들었고 이를 적용할 커뮤니티가 필요했다. 그래서 지인들의 도움으로 20여명을 모았다. 초창기 멤버인 파빌리온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의 김지민 이사는 “이 커뮤니티를 통해 성경적 경영관을 세워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회사에 인턴제가 꼭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며 “실제 한 인턴을 전도했다”고 소개했다.
FWIA의 기독 CEO 커뮤니티인 이 모임은 성경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경영인과 전문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이곳에 모여 일터 현장의 이야기를 나누고 성경적 경영을 실천하도록 서로 격려한다. 이날 모임에는 영화사 ‘보아스필름’ 대표를 맡고 있는 영화감독 겸 배우 추상미씨, G&M글로벌문화재단 문애란 대표, 주식회사 카카오 조민식 사외이사 등도 참석했다.
매회 참가 인원은 유동적이다. 일정상 참가 못하는 회원도 있고 그만큼 새로 찾아오는 회원도 있다. 이날 처음 참석한 3명 중 한 여성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디서 이런 속내를 나눌 수 있겠느냐”며 “처음 왔지만 벌써 가족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 모임은 2시간반가량 진행됐다. 모임의 성격상 딱 부러지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울림’이 있었다. 아쉬운 점은 시간이 부족해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는 것이었다.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일과 신앙] “물질만 좇던 성경속 라반 닮지 않으려 노력”
입력 2016-06-06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