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 57년 만에… 한·쿠바 ‘수교’ 논의

입력 2016-06-06 18:51 수정 2016-06-07 00:15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이 5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 시보네이 컨벤션궁(팔라시오 데 컨벤시오네스)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부 장관과 역사적인 첫 양국 외교부 장관 회담을 갖고 있다. 윤 장관은 사실상 수교 의사를 전달했지만 북한 문제에 대해선 쿠바의 입장을 고려해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제공

우리 외교 수장으로서는 최초로 쿠바를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부 장관을 만나 사실상 수교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북 성향이 강한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를 통해 북한에 우회적 외교 압박을 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윤 장관은 이날 오전 쿠바 수도 아바나의 정부 건물인 ‘컨벤션궁(팔라시오 데 컨벤시오네스)’에서 한·쿠바 외교부 장관 회담을 갖고 “양국이 가진 잠재력을 더욱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 측의 생각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쿠바 간 공식 외교부 장관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장관과 로드리게스 장관은 2013년 9월 뉴욕에서 열린 한·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면담을 나눈 적은 있다.

현재 우리나라와 쿠바는 수교를 맺지 않은 상태다. 1959년 쿠바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하고 피델 카스트로 혁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양국의 국교는 단절됐다. 이후 쿠바는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과의 혈맹 관계를 유지해 왔다.

윤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관계 정상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분명하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 양자 협력과 글로벌 협력, 인사 교류 등 상호 관심사도 폭넓게 논의됐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문화나 개발협력 분야에 한정돼 간헐적으로 이어졌던 그간의 교류에서 벗어나 양측의 접촉면을 광범위하게 넓혀나가며 친교를 진전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향후 고위급 교류 등 다양한 차원의 후속 협의를 이어가면서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장관은 “(관계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느꼈다”면서 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후속조치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하지만 관계 정상화와 관련, 쿠바 측의 구체적인 언급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쿠바 방문을 마친 윤 장관은 이달 내에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6일 전해졌다. 윤 장관의 방러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갖는 등 대북 압박 외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건희 기자, 아바나=외교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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