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을 1년6개월여 앞두고 봇물 터진 정계개편 논의의 핵심 콘텐츠는 개헌이다. ‘신보수’ 기치를 내걸고 정치세력화를 꾀하는 인사들과 ‘새판 짜기’에 앞장선 야권 잠룡 모두 “1987년 헌법 체제는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개헌 논의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정계개편 논의의 한 축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87년 헌법 체제는 수명을 다했다”고 수차례 주장했다. 정 전 의장 측근인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은 6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갈수록 정치가 비효율·무능화되는 것은 정부와 의회의 대립 모델 때문”이라며 “내각책임제적 요소를 강화하는 개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 5년 단임제와 정부와 의회의 대립 모델에 기초한 양당제도라는 87년 체제의 정치 틀로는 지금의 양극화 문제와 국민들의 불안, 염려를 극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 역시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87년 체제를 바꿀 때가 됐다는 말씀은 당연히 맞는 말”이라며 개헌 찬성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개헌론자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김 대표는 “5년마다 대통령 선거를 하는 형식적 민주 절차를 갖췄지만 실질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이 부작용을 낳았다”며 “그 자체가 국가발전 등에 있어 크게 효율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정계개편을 명분삼아 사실상 정계 복귀를 선언한 더민주 손학규 전 상임고문도 지난달 19일 일본 강연에서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등 개헌을 통해 한국 정치 권력구조의 새 길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판을 짜겠다는 손 전 고문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개헌을 제시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20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더 구체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양당 구도가 깨져 특정 세력의 권력 독점이 아닌 협치에 의한 권력 분점에 무게가 실린 현재의 정계 구도 역시 과거보다 권력구조 개편 논의에 적합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김종인 김세연 김성식 유승민 등 여야의 개혁적 보수 성향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20대 국회 입법 연구모임 ‘어젠다 2050’이 개헌 논의를 주도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다만 ‘현직 대통령의 의지’ 등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개헌 추진 시기가 박근혜정부나 더 나아가 20대 국회에선 여전히 힘들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공존한다. 김종인 대표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이 헌법 개정을 전제로 해서 개정안을 발의하고 관철시킬 수 있느냐”며 “그것도 새누리당이 동조하지 않으면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과연 20대 국회에서 이것이 논의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정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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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새판짜기 시계는 ‘개헌’ 축으로 돈다
입력 2016-06-0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