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엘리아 카잔의 스완 송 ‘마지막 거물(The Last Tycoon, 1976)’을 봤다. 1920∼3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를 배경으로 거대 영화사의 제작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할리우드 뒷얘기를 그린 영화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유작 소설을 해롤드 핀터가 각색하고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한 만큼 기대가 컸으나 영화는 기대 이하였다. 더욱이 이 영화는 많은 스타들이 망라된 올스타 캐스트였다. 드니로 외에 로버트 미첨, 토니 커티스, 잔 모로, 잭 니콜슨, 레이 밀랜드 등이 나온다. 그런데도 실패했다.
사실 올스타 캐스트 영화는 대개 관객몰이에 성공한다. 많은 스타들이 스크린에 등장하는 것만으로 장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올스타 캐스트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다. 그 효시는 아마도 ‘마지막 거물’의 실존 모델로 알려진 MGM의 어빙 탈버그가 제작한 ‘그랜드호텔(1932)’일 것이다. 그레타 가르보, 조운 크로포드, 존과 라이오넬 배리모어, 그리고 당시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았던 최고의 흥행배우 월러스 비어리가 총출동한 이 영화는 베를린의 그랜드호텔을 무대로 다양한 투숙객들의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넣은 인생 드라마다.
이후 올스타 캐스트 영화는 재난영화, 전쟁영화, 그리고 에픽(epic)으로 불리는 대하 서사극 등의 장르에서 만개했다. 재난영화의 경우 ‘에어포트(1970)’ ‘포세이돈 어드벤처(1972)’ ‘타워링 인페르노(1974)’ ‘대지진(1974)’ 등이 있고, 전쟁영화로는 ‘지상최대의 작전(1962)’ ‘머나먼 다리(1977)’, 에픽(epic)으로는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서부개척사(1962)’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올스타 캐스트라고 해서 무조건 영화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호화찬란한 출연진과 별개로 워낙 영화가 시원찮은 탓이다. ‘마지막 거물’이라든지 ‘대지진’ ‘머나먼 다리’ 등이 그렇다. 그러고 보면 올스타 캐스트 역시 흥행의 충분조건은 아닌 듯싶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73> 올스타 캐스트
입력 2016-06-06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