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핀란드 게임 개발 업체 슈퍼셀은 모바일 게임 ‘클래시오브클랜’을 미국 슈퍼볼 대회에 광고하기 위해 100억원을 쏟아부었다. 2014년부터 한국 시장에 들인 광고비만 300억원에 달한다. 게임 업체로서는 이례적인 규모였다. 국내 주요 게임 업체들도 앞다퉈 모바일 게임 마케팅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상파 TV에 톱스타급 배우가 출연하는 모바일 게임 광고가 등장하기 시작한 게 이때부터다.
모바일 게임 업계의 광고 전쟁은 한국 게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모바일 게임 시장 확대는 지속되고 있지만 중소 개발사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마케팅 경쟁이 산업 내실화보다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가속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14년 월 평균 2억∼3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모바일 게임 업체의 마케팅 비용은 지난해 20억∼30억원으로 급증했다. 비용 증가에는 연예인을 모델로 쓴 광고가 한몫했다. 넷마블 ‘레이븐’이 배우 차승원을 모델로 기용한 이후 이병헌, 정우성 등 톱스타들이 게임 광고에 줄줄이 출연했다. 대형 개발사들이 이용자들을 초기에 흡수하면서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개발사들의 흥행 사례는 줄었다. 상위 20위권 내 게임 대부분은 넷마블, 넥슨 등 대형 업체들이 개발부터 유통까지 책임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외형 경쟁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한다. 올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10% 이상 성장할 전망이지만 5년간 54%였던 연평균 성장률에 비하면 축소된 수치다. 특히 해외 대형 게임 업체들이 모바일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마케팅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 ‘스타크래프트’ 개발사인 미국 블리자드는 지난해 4월 ‘하스스톤’ 모바일 버전을 출시했다. 1990년대 콘솔 게임(비디오 게임) 시대를 풍미한 일본의 소니, 코나미도 모바일 게임을 개발 중이다.
전문가들은 뛰어난 아이디어로 무장한 중소형 게임 개발사가 고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정책적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소 개발사 역시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함께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IBK투자증권 김한경 연구원은 “이미 경쟁이 과열된 RPG(역할수행게임) 개발에 뛰어드는 것보다 스포츠, 레이싱, 대전형 게임 등을 개발하는 게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웹툰(인터넷 만화)에 기반한 게임 개발도 기회다. 한국투자증권 김성은 연구원은 “웹툰의 경우 저비용으로 IP(지식재산)와 마케팅 수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며 “네이버가 공동 마케팅을 하는 점 또한 중소 개발사들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경제뉴스]
☞
☞
☞
☞
모바일 게임 거액 광고전쟁에… 중소 개발업체 ‘신음’
입력 2016-06-07 0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