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토끼(자영업자)를 잡겠다며 사냥개(국민)를 이용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목표를 초과 달성한 지 오래다. 1999년 도입된 이 제도는 6번의 기한 연장을 거치며 17년째 시행 중이며, 올해 말 다시 일몰이 도래한다. 조세 원칙대로라면 이번에는 폐지하는 것이 맞지만 현 정부가 대선을 1년 앞두고 토사구팽 카드를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일고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김대중정부 당시 자영업자의 현금 거래 관행을 막아 세원을 확보하고 내수도 진작한다는 취지로 4년간 한시 도입됐다. 도입 초기 정부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카드 사용금액의 일부를 소득공제해 연말정산에서 돌려주는 이 제도를 통해 정부는 남는 장사를 했다. 자영업자 세원 추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액은 1999년 1056조원에서 2003년 1882조원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해가 갈수록 온 국민의 절세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제도는 무분별한 카드 사용을 부추겨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2003년 신용카드 대란의 주원인으로 작용했다. 처음에는 웃었던 정부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신용카드 소득공제로 정부가 돌려준 세금은 1조8163억원으로 전체 국세 감면액의 5%가 넘었다. 환급액도 환급액이지만 일몰 도래 비과세·감면제도는 원칙적으로 폐지한다는 정부 소신과도 맞지 않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올해 말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다시 불사조처럼 살아남을지는 7월 중순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에서 윤곽이 드러난다. 지난해부터 연간 감면액이 300억원 이상인 일몰 도래 예정 비과세·감면제도는 조세재정연구원의 심층평가를 통해 폐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정부가 이를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지만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말을 아끼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5일 “이달 말쯤 조세재정연구원 심층 평가가 나오기 전에는 어떤 결정도 내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 역시 “현재 이와 관련된 당내 어떤 논의도 없다”고 전했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지난 1일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를 5년 더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야당이 이 제도 연장을 주장하면 정부와 여당이 마지못해 따라가는 식으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일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전 국민이 혜택을 받고 있는 제도를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조민영 기자 zhibago@kmib.co.kr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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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신용카드 소득공제’ 토사구팽?
입력 2016-06-0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