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부 장관 회담에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개막한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주제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 의지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밝혀 미국의 입장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의 발언은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알린 셈이 됐다. 결국 35개국 외교·안보 관련 인사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반영해줬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여전히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한·미·중의 신경전이 계속된 셈이다.
이번 아시아안보회의에선 미국이 회의에 앞서 사드 문제를 흘리면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주요 관심사가 됐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일 한·미 국방부 장관 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논의할 것처럼 말했다. 3일 한국 국방부는 이를 부인했다. 이 때문에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미 간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하루 뒤인 4일 한 장관은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사드가 배치되면 군사적으로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며 사드 배치 의사가 확고함을 강조했다.
그간 한국은 사드 배치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북한이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전격적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미국과 논의한다고 밝히고 양국실무단 구성에 들어갔다. ‘사드 카드’는 유엔의 대북 제재에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후 사드 문제에 대해 한·미 양국은 함구했다. 하지만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이 ‘사드 문제’로 중국을 압박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예상대로 사드 배치에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인민해방군 쑨젠궈 부참모장은 4일 한 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사드가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5일 아시아안보회의 주제연설에서도 그는 “사드 배치는 지역 안정을 잠식할 것”이라며 “사드의 한반도 전개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훨씬 능가하는 필요 이상의 조치”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도 가세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국방차관은 주제연설에서 “한국과 미국 간 미사일 방어 협력이 전략적인 안정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복잡한 상황 탓에 한·미 양국 실무단의 논의는 상당히 진전됐지만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결정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오는 10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전후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대북 제재 강화 필요성에 동의했다. 특히 1년 만에 열린 한·미·일 국방부 장관 회담에서 3국 장관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정보공유를 보다 더 강화키로 했다. 한·일 양자회담에서는 양국 장관이 1999년 설치한 국장급 직통전화를 보강키로 했다. 일본 언론이 양국 장관 간 직통전화 설치에 합의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됐다. 우리 측은 보강방안을 논의했을 뿐 장관 간 직통전화 설치를 합의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또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다시 한번 요청했지만 한 장관은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정치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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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 “사드 배치 의지 분명히 갖고 있다”
입력 2016-06-06 0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