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의료기기 및 바이오·의약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 각국이 첨단의료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첨단 의료기기 한 대, 불록버스터 신약 하나로 세계 보건의료시장을 선도하고 국가경제 부흥까지 촉발할 수 있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사장 선경)이 뜻을 같이 하고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첨단 의료기기 및 바이오·의약품 개발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오송재단은 국내 보건의료계가 거둔 연구성과의 산업화를 체계·종합적으로 지원,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2010년 12월에 세워졌다. 오송재단은 현재 글로벌 수준의 혁신신약 및 첨단 의료기기 개발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 구축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
'첨단 의료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꼽히는 오송재단을 2014년말부터 이끌고 있는 선경 이사장에게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 의료산업이 무엇인지, 어떻게 가시화해야 할 것인지를 들어봤다. 대담은 의료기기의 날인 지난달 27일에 이메일로 이뤄졌다.
- 오송재단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재단 설립 취지와 현황, 그리고 현재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주요 사업을 소개해 달라.
“오송재단은 바이오·의약품과 의료기기 등 첨단 의료제품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바이오헬스산업이 국가 창조경제 실천을 위한 미래 성장동력원으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직접 국내 업체의 연구개발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이 재단 출범의 배경이다.
바이오의약품은 기초 연구부터 인·허가까지 10∼15년 정도 걸린다. 그것도 성공했을 때 얘기다. 제품허가까지 거쳐야 하는 단계는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하는 것과 같다. 획기적인 신제품 후보 발굴, 전(前)임상(동물실험) 및 임상 1∼3상 시험 연구, 인·허가 과정 등 매우 복잡하고 긴 레이스를 이겨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해도 초기 연구 단계에서 방향을 잘못 잡거나, 서류 및 연구 환경의 미비 등으로 좌초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민간업체 혼자서 이런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기는 매우 벅차다. 실패 확률이 높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공적 자금으로 연구지원 기능을 제공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투입하는 공적 자금은 사회간접자본(Social Infra) 성격이 짙고, 우리나라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오송재단은 신약개발지원센터와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실험동물센터, 신약생산센터 등 4개의 핵심센터를 통해 연구개발 단계별 지원은 물론 산업화까지 순조롭게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앞으로 추가 설립될 임상시험센터와 완제품 생산시설은 바이오헬스의 산업화를 더욱 촉진하는 엔진이 될 것으로 믿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명의 공무원을 파견 받아 진행 중인 신속 인허가 업무도 관련 기업들의 고민을 덜고 산업화 과정을 단축시키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 인공장기 개발 등 줄곧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 분야 쪽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산업의 당면 과제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정부 지원이 절실한 분야가 보건의료산업이다. 큰 결실을 맺기 위해 많은 비용과 단계를 거쳐야 하는 분야다. 예를 들어, 신약 하나를 개발하기까지 10∼15년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이 수천억 원에 이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바이오벤처처럼 연구자금이 부족한 소규모 업체일 경우, 대기업이나 정부 지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연구를 하고 싶어도 시도조차 못하는 곳이 많은 게 우리 현실이다.
반면 외국계 제약사는 거대자본을 밑거름으로 삼아 세계 각국의 임상연구단계 고부가가치 신약 후보물질을 사들이며 덩치를 더욱 키우고 있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외국계 제약사에 8조원대 기술수출에 성공한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그런 사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제약사는 이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다. 자체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관심이 있어도 군침만 삼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결과 첨단 의료제품 연구개발 경쟁에서도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정부와 오송재단의 공적 연구개발(R&D) 지원은 가뭄의 단비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본다. 오송재단의 지원으로 각사가 첨단 의료제품 개발기간을 단축시키고, 비용절감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상품화 및 산업화시기를 앞당겨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취임 초 세계적 스타기업을 육성해 성공적인 의료산업의 롤 모델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는데.
“오송재단은 연구개발을 직접 진행하는 곳이 아니다. 민간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이다. 따라서 오송재단이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은 그만큼 연구개발 지원을 잘 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오송재단은 현재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등 4개 핵심 연구개발 지원센터를 통해 해마다 전년 대비 연구개발 지원건수를 크게 늘려 가고 있다.
거듭 얘기하지만,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까지는 10∼15년이 필요하다.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오송재단이 지원하는 바이오의약품 및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가 잇따라 나오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오송재단 지원으로 글로벌 스타기업이 된 곳은 아직 없다. 재단이 2010년 말 출범했고, 내가 이사장에 취임한 지 1년6개월 정도밖에 안 됐다. 그러나 각 연구개발에 대한 방향성을 업계에 제시하고, 신속 인허가 업무 지원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오래지 않아 글로벌 스타기업이 오송재단의 지원으로 탄생할 것으로 믿는다.”
- 우리 기업들이 화이자, MSD, GE, 필립스 등 다국적 기업들과 겨룰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당장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는가.
“무엇보다 좋은 아이디어를 발굴, 제품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물론 국가적 지원도 필요하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당뇨치료 바이오의약품 신약후보물질 제조기술을 외국 제약사에 무려 8조원대에 넘긴 것이 좋은 예다. 최근 대기업 지정을 받은 한 바이오업체는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대한 시판허가를 따냈다.
모두 다른 기업들이 개발하지 않았던 신약 후보 물질이었다. 바로 첨단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 싸움에서 승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의미 있는 연구개발 성과는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 끝에 나오기 마련이다.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는 연구개발 분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정부는 가능한 한 규제와 간섭을 풀고, 공공기관의 ‘지원군’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국내 바이오의약산업의 숨통을 열어주려 노력해야 한다.
오송재단 같은 공공기관과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은 앞으로 국내 바이오의약산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큰 힘이 되리라 본다. 자체 연구개발 능력이 부족한 기업들의 경우 연구개발 단계의 좋은 아이디어를 최대한 빨리 산업화할 수 있도록 오송재단이 앞장서 돕겠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 쌓이다 보면 외국계 글로벌 기업들 못지않은 스타기업으로 성장, 발전하는 길도 열리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관련 업계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에 바라는 게 있다면?
“치열한 경쟁 속에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성공의 문을 여는 열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남들과 같은 길을 가더라도 특별해야 한다. 바이오헬스산업은 앞으로도 연구개발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제약사들의 불록버스터급 초대형 연구성과들도 모두 바이오 분야에서 나왔다.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신약과 첨단 의료기기의 개발·산업화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그것을 두려워하고 회피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첨단 신제품 개발을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투자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나라를 2017년까지 세계 7대 바이오헬스 강국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만큼 이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갖고 여러 각도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오송재단 설립과 그에 따른 연구개발 지원, 신속 인허가 업무를 위한 공무원 파견도 그 일환이다.
단순히 아이디어 발제 차원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직접 우리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제품화, 산업화를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선경 이사장은
1981년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대안암병원 흉부외과 교수로 일하며 고려대의료원 부설 한국인공장기센터 소장으로 활동했다. 선 이사장은 특히 한국형 인공심장 개발과 생명구조장치 국산화 연구에 매진했다. 그 공로로 보건산업기술대상과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또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원 및 전문위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진흥본부장, 대한의용생체공학회 회장, 대한흉부외과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 12월말부터 오송재단을 이끌고 있다.
오송재단은 대한민국의 차세대 먹거리산업으로 꼽히는 첨단 의료산업 분야의 글로벌 연구개발(R&D) 허브 구축 사업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선 이사장은 이에 필요한 경영능력과 전략적 리더십을 겸비한 의과학자란 평가를 받고 있다.
선 이사장은 “의료분야는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정책들을 수립,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오송첨단의료산업단지가 우리나라 창조경제 활성화와 경영혁신의 모범이자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선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첨단 의료산업 지원 가속도… 스타 기업 탄생 잇따를 것”
입력 2016-06-06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