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 ‘ISD 학습료’ 얼마일까… ‘론스타 ISD’ 최종 변론 매듭, 판결만 남아

입력 2016-06-06 04:35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투자자 국가간 소송(ISD)의 심리 절차가 3일(현지시간)로 마무리됐다. 2012년 말 론스타가 ISD를 제기한 지 3년 반 만이다. 한국이 중재재판까지 간 첫 번째 ISD이자 청구금액만 5조원 넘는 세기의 사건 결론이 누구의 손을 들게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론스타 ISD’ 경험을 계기로 관련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정부 내에 국제중재 전문가를 육성하는 등 국제중재사건에 대한 대응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5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론스타는 지난 2∼3일 이틀에 걸쳐 네덜란드 헤이그 평화궁에서 진행된 ISD 국제중재재판에서 4차 심리를 갖고 최종 변론을 진행했다. 최종 변론이 마무리됐지만 중재 재판부가 최종 판결문을 작성하기까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이상 걸린다. 정부 관계자는 “공식 절차는 종료됐지만 중재 재판부가 양측에 추가로 문의를 할 경우 서면으로 답변하는 절차가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론스타 측은 우리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에 대한 투자자금 회수와 관련해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를 했고, 모순적인 과세로 46억7950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해 왔다. 금융 당국이 외환은행 인수, 매각 과정에서 승인을 미뤄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반면 “론스타와 관련된 행정조치는 국제법규와 조약에 따른 내외국민 동등대우 원칙에 기초해 차별 없이 공정·공평하게 대우했다”는 것이 한국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여기에서 애초 론스타가 정당한 금융 투자가 아닌 불법적 투자를 했기 때문에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이 인정되면 한국 정부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중재 재판부의 판단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민변 송기호 국제통상위원장은 “론스타 투자 자체의 불법성을 강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통상 첫 변론에서 제기됐어야 하는 문제가 마지막에 제기된 것으로 보여 얼마나 적극적이었을지 우려된다”면서 “론스타 ISD 과정이 워낙 불투명하게 진행돼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패소할 경우 천문학적인 배상금뿐 아니라 향후 외국계 자금의 투자에 대해 적극적인 정책을 펴기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하노칼과 다야니 등 두 곳이 제기해 진행 중인 ISD 사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다. 패소가 아닌 중재로 결론 날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에도 지금까지 들어간 소송비용과 중재 배상금 등의 손해를 무시할 수 없다.

이번 사건 진행 과정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한국 정부의 불투명성과 전문인력 부족 문제 등을 해소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송 위원장은 “ISD 절차상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과 함께 한국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 자체가 보다 투명해지는 것이 궁극적인 예방책”이라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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