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IT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반의 음성인식 기술을 탑재한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했던 ‘자비스’와 같은 AI 비서를 집마다 두게 되는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미국 IT 전문매체 씨넷은 애플이 카메라가 탑재된 음성인식 무선 스피커를 개발 중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카메라를 통해 얼굴을 인식하고,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 스피커는 애플이 아이폰에 적용하고 있는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를 기반으로 작동된다. 애플은 애플TV 등 다른 기기에도 시리를 적용해 음성인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애플이 움직이는 이유는 아마존 에코 때문이다. 아마존은 자체 AI 플랫폼 ‘알렉사’를 탑재한 무선 스피커 에코를 지난해 출시해 이미 300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에코는 사용자가 별다른 조작 없이 말로 명령을 내리면 다양한 일을 해준다. 음악 감상, 거실 조명 켜기 등 사물인터넷(IoT) 허브 역할은 물론이고, 아마존에서 구매했던 물건에 대해 “다시 구매해줘” 한마디만 하면 손 하나 움직이지 않고 쇼핑을 할 수도 있다. IT 매체 와이어드는 4일(현지시간) “아이폰에 최대 위협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아니라 아마존 에코”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에코 같은 AI 기반의 음성인식 서비스가 성장할 것으로 본 구글도 최근에 에코와 유사한 ‘홈’이라는 제품을 개발자회의(I/O)에서 공개했다. 구글은 홈으로 날씨 확인, 음악 재생, 비행기표 예약 등 일상적인 일을 대화하듯 지시하고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IT기업들이 AI 기반 음성인식 서비스 적용에 속도를 내는 건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분이다. 그동안 컴퓨터에 지시를 하는 방법은 키보드, 터치스크린 등에 머물러 있었다. 사용자가 직접 언어를 문자로 입력해야만 원하는 일을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음성인식은 AI 덕분에 인식률이 급격히 좋아졌다. 특히 사람이 일상생활에 쓰는 자연어를 이해하도록 학습되면서 대화하듯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했다.
AI 기반 음성인식 기술을 탑재한 로봇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만 에이수스는 AI 기술이 적용된 799달러짜리 로봇 ‘젠보’를 최근 컴퓨덱스 행사에서 공개했다. 젠보는 영화 ET에 등장하는 외계인 같은 외형을 하고 있다. 걷고, 듣고, 말할 수 있다. 에이수스는 젠보가 일생생활 도우미 역할은 물론 아이들의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젠보는 앞으로 9∼12개월 안에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일본 소프트뱅크도 IBM ‘왓슨’을 기반으로 하는 로봇 ‘페퍼’를 상용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년부터 음성 기반의 AI 비서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SK㈜ C&C는 IBM과 함께 내년 초 한국어 왓슨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왓슨 한국어 버전이 상용화되면 다양한 형태의 기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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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음성인식 AI 비서 시대 ‘성큼’
입력 2016-06-06 04:02 수정 2016-06-06 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