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남중국해… 美·中 갈등 격화

입력 2016-06-05 18:15 수정 2016-06-05 23:35
세계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촉발된 양국의 충돌이 북한 핵과 무역 분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5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마지막 날 주제연설에 나선 쑨젠궈 중국 인민해방군 부참모장은 미국을 향해 “자국의 이익만 챙기려는 일부 국가의 도발 때문에 남중국해 문제가 과열되고 있다”며 “직접 연관이 없는 외부 국가는 딴짓을 하지 말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마찰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군사 충돌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쑨 부참모장의 발언은 전날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비난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을 겨냥한 것이다. 카터 장관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고립의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면서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의 매립 공사를 강행할 경우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미·중의 설전이 남중국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여우페이 중국 국방부 외사판공실 주임은 카터 국방장관의 발언 후 한반도에서 미군의 군사훈련 자제를 촉구했다. 아프가니스탄, 대만과 함께 미군 활동 중 하나로 예를 든 것이지만 예민한 한반도 정세에 주는 영향은 적지 않다.

양국의 설전은 베이징에서 6∼7일 열리는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의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이번 회의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격돌이 예상된다. 특히 이전에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북핵 문제가 중점 논의될 전망이다.

대북 유엔제재 국면에서 미국은 압박수위를 높이려 하고, 중국은 대화 국면을 주도하려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난 직후 미국이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것은 이런 구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회의에서는 무역갈등도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달 중국 냉연강판에 최고 522%의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예고하며 맞서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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