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건 세금·빚·한숨 청년 제1목표 ‘지옥고 탈출’

입력 2016-06-05 18:08 수정 2016-06-05 18:54
늘어나는 것은 세금과 빚뿐이고, 나이 들어서는 아프지 않는 게 최고의 재테크다. 청년은 어떻게든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의 줄임말로 2030세대의 생활고를 의미)를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평범한 중산층 윤덕수(65)씨 가족의 사례로 본 지금 한국 사회의 일면이다. 윤씨네는 신한금융투자가 최근 금융시장포럼 발표 자료에서 만들어낸 가족이다. 비록 가상이지만 주요 경제 이슈를 살펴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직장에서 은퇴한 윤씨는 건강이 최대 관심사다. 면역력 저하에 따른 대상포진과 전립선 비대증 같은 질환을 극복하는 게 급선무다. 생애 의료비의 절반가량이 65세 이상 연령대에서 발생한다. 윤씨는 “최고의 노후 설계는 무병(無病)”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윤씨의 아내 이영자(62)씨의 작은 소망 하나는 집 꾸미기다. 이씨의 집처럼 낡고 오래된 주거환경을 바꾸는 데는 시간과 자금 소요가 많은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최근 공동주택 리모델링 허가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윤씨 부부의 장녀 선주(32)씨는 워킹맘이다. 하루하루가 바쁘다보니 집밥을 차리기보다 가공된 밥과 반찬을 사는 경우가 많고, 장보기도 대부분 모바일 쇼핑으로 처리한다. 워킹맘들의 필요에 비례해 간편식과 모바일 쇼핑 시장이 매년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렌털 문화의 확산도 워킹맘의 일상과 무관치 않다. 이사를 자주 다니다보니 가구나 가재도구를 관리하기가 어렵고 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문제도 있어 웬만하면 빌려 쓰게 된 것이다.

윤씨 부부의 아들 기주(26)씨는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이다. 공무원 준비냐, 창업이냐를 놓고 고민 중이다. 부족한 일자리와 고용 불안은 청년들이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일자리에 목매달게 만든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으로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지옥고’ 탈출의 한 방편이다.

기주씨의 여자친구 샤오쯔(小資·23)는 중국인 유학생이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유학을 결심했다. 최근엔 ‘태양의 후예’에 깊이 빠졌다. 여주인공 송혜교가 광고하는 화장품을 사서 쓰고 있다. 한국 연예인을 보면서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중국 본토에서도 샤오쯔 같은 젊은 여성들 덕분에 피트니스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1인 가구도 늘어 소형가전이 인기다. 소형가전 중에선 대기오염·미세먼지와 관련해 공기청정기가 필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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