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물러나면 의결권 제한

입력 2016-06-05 19:00 수정 2016-06-06 17:23

페이스북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사진)가 물러날 경우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4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저커버그가 회사를 떠나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회사의 정관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 미국 증권위원회(SEC)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페이스북은 다음 달 20일 주주총회를 열고 투표를 할 예정이다.

저커버그는 두 가지 종류의 페이스북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의결권이 주당 하나인 A등급 주식 400만주와 주당 의결권이 10개인 B등급 주식 419만주다.

저커버그가 보유한 페이스북 지분율은 액면 기준으로 14.8%에 불과하지만 B등급 주식 덕분에 의결권 기준으로 53.8%에 이른다. 여기에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가 소유한 B등급 주식에 대한 의결 위임권까지 포함하면 저커버그의 의결권은 60%에 달한다. 저커버그가 원하는 대로 회사의 방향을 이끌고 갈 수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저커버그가 회사를 떠날 경우 B등급 주식을 A등급으로 전환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저커버그가 가족에게 주식을 양도할 경우에도 B등급 주식은 A등급으로 바뀐다. 일단 페이스북 CEO 자리에서 내려오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회사 경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현재 60%인 저커버그의 의결권은 20%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페이스북은 “창업자의 역할이 끝난 후에도 창업자가 조종하는 회사가 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32세인 저커버그가 당분간 회사를 떠날 가능성은 낮다. 저커버그는 올해 F8 개발자회의에서 가상현실(VR)을 비롯한 페이스북의 10년짜리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페이스북은 의결권이 없는 C등급 주식 발행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은 더 확보하면서 의결권을 그대로 유지해 저커버그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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