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또 오해영’의 인기에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의 활약도 한 몫을 한다. 평범한 30대 여성을 대변하는 ‘그냥’ 오해영(서현진), 냉정과 열정을 격하게 오가는 박수경(예지원), 무서우면서도 친구 같은 엄마 황덕이(김미경)다. 정신 나간 듯 보이면서도 현실적인 그녀들은 ‘여자들도 반하게 만드는 여자들’이다.
오해영: “사랑은 바라지도 않는다. 나 심심하다” 솔직한 그녀
오해영은 종종 “나 쉬운 여자에요”라고 말한다. 집에서 혼잣말로 사랑고백을 하고 들킨 뒤, 기습 키스 뒤 며칠 동안 연락 없는 짝사랑남 박도경(에릭)의 전화를 받고 득달같이 달려간 뒤에도 이렇게 말했다.
해영은 사랑 표현에 주저하지 않는다. 솔직하고 당당하다. 내숭이 하나도 없는 해영의 모습을 보면 “주책 맞다” 싶다가도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식 전날 차이고는 이렇게 다짐한다. “생각해 보면 원 없이 사랑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 만나면 발로 채일 때까지 사랑하자. 꺼지라는 말에 겁먹어서 눈물 흘리며 돌아서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은 다시는 하지 말자.” 박도경을 사랑하게 된 해영은 이 다짐을 그대로 따른다.
해영의 솔직 당당함이 신파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도 미덕이다. 주변에 자신의 아픔을 감출 줄 알면서도 스스로를 속이지는 않는다. “나는 내가 불쌍한 것 같다”거나 “나는 내가 불행한 걸 알아요”라는 대사에서 시청자들은 해영의 ‘진짜’ 당당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박수경: “마을지킴이가 안전하게 데려다주든?” 할 말은 하고 산다.
예지원이 연기하는 박수경은 대기업 이사로 살아가는 낮과 지난 사랑에 아파하며 술에 취해 있는 밤이 판이하게 다른 인물이다. 하지만 일관성을 유지한다. 틀린 말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경은 강자에게도 강한 상사다. 예쁜 오해영(전혜빈)의 외모를 과하게 칭찬하는 상사에게 “성희롱이다”라고 지적하고, 길어지는 상사의 잔소리를 한 방에 잘라내 환호를 받는다. 당당해보이지만 제 몫을 살뜰하게 챙기지 못하는 오해영을 은근히 챙겨주는 언니 같은 모습도 있다. 동생 도경에겐 속 깊은 누나이기도 하다. 공과 사의 구분도 확실하다.
하지만 밤엔 180도 달라진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얼굴을 가린 채 술을 마신다. 만취해 알 수 없는 불어를 읊조리며 춤을 춘다. 마을지킴이에게 외면당한 것을 한스러워하고, 외계인의 출현을 꿈꾼다. 기상천외하게 코믹한데, 예지원의 연기는 전혀 지나치지 않다. 일상인 듯 자연스러운 모습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다.
황덕이: “해영이 갖다 버립시다” 손은 맵지만 언제나 딸 편인 엄마
해영의 엄마 황덕이(김미경)는 엄마 사랑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결혼 전날 파혼한 딸의 등짝을 후려치면서도, 딸을 흉보는 사람들에게는 “안 맞으면 예식 한 시간 전이라도 그만둬야지”라며 딸 편이 돼 준다. 해영이 결혼식 전날 이별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보여준 모습은 시청자들 가슴을 뜨겁게 했다. 오열하며 아파하는 모습도, 노래방에서 10만원어치 노래를 부르며 딸과 함께 스트레스를 함께 푸는 모습도 감동을 줬다.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미친년이에요”라는 말에도, “남녀관계에서 정 짧고 의리 없는 인간이 제일 최악인데 내 딸이 좋은 짝이 되기는 글렀구나 하는 생각에 그게 더 미치겠었는데 그건 아니라니 마음이 놓여”라는 대사에서도 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딸들이 바라는 엄마의 모습을 드라마 속 덕이가 구현해내고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또! 오해영’ 드라마 인기 비결은? 여자도 반하게 만드는 여자들
입력 2016-06-06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