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또 한명의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투어를 주름잡는 박성현과 이름이 비슷한 박성원이다. 지난해 느닷없이 나타난 박성현처럼 올해는 박성원이 무명 스타의 계보를 이었다. KLPGA 투어는 더욱 풍성해졌다.
23세인 박성원은 5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 스카이힐 골프장(파72·6187야드)에서 열린 롯데칸타타여자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 타이인 8언더파 64타를 쳤다. 합계 16언더파 200타로 생애 첫 우승컵을 안았다. 2위 하민송을 5타차로 제친 완벽한 경기였다. 이로써 올해 KLPGA 투어는 조정민(달랏 챔피언십), 장수연(롯데마트 오픈), 김해림(교촌 허니), 배선우(E1 채리티)에 이어 다섯 번째 생애 첫 우승자를 탄생시켰다.
지난해 상금 91위에 불과했던 프로 2년차 박성원은 역시 동갑내기 무명인 정다희에 1타 뒤진 8언더파 136타 단독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난생 처음 정규 투어 챔피언조에서 뛰는 선수답지 않게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조금도 떨린 기색 없이 전반에만 보기 없이 무려 5타를 줄였다. 전반이 끝났을 때 2위 하민송에게 4타 앞선 단독 선두였다. 후반 10·11번홀 버디로 우승을 사실상 확정지은 그는 18번홀 버디로 대미를 장식했다. 장타자(평균 비거리 236.80야드)는 아니지만 거의 페어웨이를 놓치지 않았고 13번홀을 제외하고는 모든 홀에서 파온에 성공할 만큼 정확한 아이언샷이 돋보였다. 바람이 많이 불었던 1, 2라운드에서는 바람에 잘 순응하며 타수를 줄여갈 만큼 경기운영능력도 수준급이었다.
그는 “우승은 생각 못했는데 얼떨떨하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오늘은 아이언샷감이 좋았고 5m 내외의 퍼팅이 잘 들어갔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성원은 박성현과 동갑내기다. 주니어시절부터 훈련과 대회를 함께 한 절친 사이이기도 하다. 이름이 비슷해 골프백이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운명은 1년 사이 하늘과 땅만큼이나 갈렸다.
한 해 먼저 정규 투어에 데뷔한 박성현이 2년차이던 지난해 3승과 상금 2위에 오르며 신데렐라로 떠오른 반면, 지난해 데뷔한 박성원은 상금 91위에 그쳐 시드를 잃었다. 지난해 말 다시 지옥과도 같은 시드전을 치렀지만 54위에 그쳐 조건부 시드를 얻는데 그쳤다. KLPGA 투어는 출전 선수가 108명, 120명, 132명, 그리고 144명으로 대회마다 다르다. 박성원은 132명 이상이 출전하는 대회에만 출전권이 있어 올해는 10개 대회 중 5개에만 출전할 수 있었다. 5개 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지난 달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에서 거둔 25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3차례는 컷 탈락했다. 올해 번 상금은 고작 669만원(97위)이었다.
지난해 박성원은 25개 대회에 출전했었다. 그 가운데 무려 16차례나 컷 탈락했고 7월 금호타이어 여자오픈 10위가 유일한 톱 10 진입이었다. 컷 탈락을 면했어도 최하위권인 60위권 성적이 대다수 일 정도로 성적이 바닥을 기었다. 지난해 25개 대회에서 거둔 상금은 3134만원. 마침내 31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거둔 박성원은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을 받았다. 그동안 받은 상금의 3배가 넘는 액수였다. 박성원은 또 이 대회 챔피언에 부여하는 내년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출전권도 부상으로 받았다.
박성원은 또 KLPGA 투어 사상 예선전을 거쳐 챔피언에 오른 첫 번째 선수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KLPGA 투어는 이 대회를 제외하고는 출전권이 없는 선수는 반드시 스폰서 초청을 받아야 한다. 스폰서 초청은 흥행을 위해 해외 유명선수이거나 유망주, 아마추어 국가대표 선수 등에게 주어진다. 때로는 정실이 개입돼 뒷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번 대회 타이틀 스폰서인 롯데칠성음료는 오픈대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2012년 예선전을 처음 도입했다. 박성원은 지난 달 예선전에 나가 75명 중 11위에 올라 16명에게 주어지는 출전권을 획득했다.
챔피언조에서 뛴 정다희도 아쉽게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2라운드 선두에 오르며 무명 돌풍을 일으켰다. 데뷔 첫 해인 지난 시즌 상금 97위(1400만원)를 받았던 그는 시드전을 치러 이번 시즌에 뛰었지만 7개 대회에서 단 한번 컷을 통과한 철저한 무명이었다. 시즌 5승에 도전했던 박성현은 이날 5타를 줄여 3언더파 213타 공동 20위로 대회를 마쳤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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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05 19:13 수정 2016-06-05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