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알리는 세상을 흔들었다, 모두를 위해 싸웠다”… ‘전설의 복서’ 알리 타계

입력 2016-06-06 04:28
무하마드 알리가 1965년 5월 25일 미국 메인주 루이스턴에서 열린 세계복싱연맹(WBA)·세계복싱평의회(WBC) 통합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전에서 소니 리스턴을 KO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알리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권투선수로서 뿐 아니라 인종차별 반대 인권운동에 혼신을 다했던 알리는 지난 3일(현지시간)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AP뉴시스
74세를 일기로 타계한 무하마드 알리의 영상이 4일(현지시간)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뉴욕 양키스 경기가 열린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캠든야드 전광판에 등장하자 볼티모어 오리올스 선수와 팬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AP뉴시스
2005년 사회인권 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받는 장면. AP뉴시스
“자유와 정의, 평등을 위해 싸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지난 3일(현지시간) 74세의 일기로 타계한 ‘권투 황제’ 무하마드 알리가 1981년 현역선수 은퇴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이다. 링에 올랐던 이유는 은퇴하는 순간까지도 분명했다. 누구나 평등한 사각의 링 안에서 흑인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고, 세상은 링만큼이나 평등하다고 웅변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스포츠 스타를 넘어 사회적으로 흑인 인권운동을 주도한 진정한 영웅으로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1942년 1월 17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태어난 알리의 본명은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 주니어다. 집은 가난했고 어린 시절부터 흑인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12살 때 자신의 자전거를 훔친 도둑을 혼내주겠다며 권투를 시작했다. 학창시절 오로지 머릿속에 권투만을 떠올렸다. 흑인을 차별하는 세상에 맞서 싸우고자 했다.

1960년 18세의 나이로 로마올림픽에 출전해 라이트헤비급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금메달리스트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향에 돌아온 그는 음식점에서 햄버거를 사려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 주인에게 거절당했다. 이를 경멸한 알리는 오하이오강에 금메달을 던져버리고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그가 클레이라는 이름을 알리로 바꾼 이유도 인종차별 때문이다. 1964년 2월 25일 세계복싱연맹(WBA)·세계복싱평의회(WBC) 통합 헤비급 타이틀전에서 소니 리스턴을 7회 TKO로 누르고 챔피언에 오른 직후였다. 처음엔 흑인 인권운동가였던 맬컴 엑스의 영향을 받아 캐시어스 엑스라는 이름을 썼다. 이후 이슬람으로 개종하면서 무하마드 알리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1967년에는 “베트남전에서 베트콩과 싸우느니 흑인을 억압하는 세상과 싸우겠다”며 징병을 거부했다. 때문에 프로선수 자격과 챔피언 자리를 박탈당했으나 3년여 만에 무죄 판결을 받고 링에 복귀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은퇴 후 삶은 평탄치 못했다. 파킨슨병에 걸려 세상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했다. 1996년에는 54세의 나이로 애틀랜타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다. 그리고 인종차별에 불만을 품고 강에 던져버렸던 금메달을 다시 수여받았다. 1999년 영국 BBC와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20세기를 대표한 스포츠맨으로 알리를 선정했다. 하지만 그는 파킨슨병과 합병증으로 오랜 기간 앓다 결국 가족의 곁에서 숨을 거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일 백악관 성명을 통해 “알리는 세상을 흔들었다. 그는 모두를 위해 싸웠고, 그로 인해 세상은 더 나아졌다”며 “마틴 루서 킹, 넬슨 만델라와 함께 인종차별에 맞섰다”고 애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평등과 평화의 정신을 고양한 세계 챔피언이자 원칙을 향한 사랑과 재치, 우아함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웠다”고 추모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강력한 자기 확신, 늘 세상에 눈떠 있던 정신, 다양하기 이를 데 없는 개성으로 지난 50년 동안 세상 어느 누구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인물”이라고 평했다.

알리의 장례식은 9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 자택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10일 열리는 공개 영결식에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추도사를 할 예정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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