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한국시간)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한국인 빅리거 타자 4명이 모두 안타를 때려냈다.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3타수 3안타 4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30)는 템파베이 레이스와의 경기에서 3타수 3안타 1볼넷으로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김현수(29·볼티모어 오리올스)도 안타 하나씩을 신고했다.
반면 일본인 메이저리거 타자들은 맥을 못 췄다. 그 시각 일본의 영웅 스즈키 이치로(42·마이애미 말린스)는 1타수 무안타였고, 아오키 노리치카(34·시애틀)는 4타수 1안타 1삼진에 그쳤다. 이렇듯 최근 한·일 메이저리거 타자들의 대결에서 한국 야수들은 완승을 거두고 있다.
이전까지 미국에서 한국야구는 일본야구에 뒤처진 것으로 평가됐다. 박찬호(43·은퇴)와 김병현(39·KIA 타이거즈) 때문에 마운드 쪽에선 어느 정도 균형이 맞춰졌지만 타자의 경우 일본에 완벽히 밀렸다. 시계추를 2002년으로 돌려 보면 당시 빅리그에서 뛰는 한국인 타자는 시카고 컵스 소속이던 최희섭(37) 한 명 뿐이었다. 하지만 반면 일본 선수는 이치로를 포함해 마쓰이 히데키, 마쓰이 가즈오, 신조 쓰요시 등 4명이나 됐다.
12년 만에 이렇게 역전이 된 것은 한국 빅리거 타자들이 ‘선 굵은’ 야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인 스포츠온얼스는 “일본이 한국에 비해 더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력도 좋다”면서도 “그럼에도 한국은 메이저리그와 비슷한 야구를 하고 있다. 파워를 더 강조하며 스몰볼을 지양한다”고 소개했다.
실제 메이저리그는 작은 안타보다 큰 것 한 방을 더 크게 친다. 이대호나 박병호, 강정호 모두 한국에서 방망이로 최고의 타자가 된 선수들이다. 김현수도 초반 내야안타만 생산해 벅 쇼월터 감독의 신임을 못 받았지만 지난달 30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마수걸이 홈런포를 때려내는 등 중장거리포를 만들어내자 계속해서 선발로 중용되고 있다. 반면 이치로는 올 시즌 45경기에 나와 단 한 개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했다. 아오키는 무려 52경기에 나왔지만 홈런이 단 한 개다. 아오키는 이 때문에 이 팀 저 팀을 떠돌아다니는 ‘저니맨’의 대명사가 됐다.
따라서 한국 프로야구가 제2의 쿠바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망하고 있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를 영입하는 트랜드도 바뀌었다. 과거엔 주로 아마추어 선수들을 영입해 마이너리그에서 키웠다면 이제 한국 프로야구에서 홈런포를 펑펑 터트리는 선수를 데려온다.
MLB닷컴은 코리안 메이저리거 타자들의 활약상을 보도하면서 “한국이 쿠바처럼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선수 공급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관련기사 보기]
코리안 빅리거 타자, 일본을 넘어서다
입력 2016-06-06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