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메트로 ‘검은 공생’이 구의역 참사 근본 원인

입력 2016-06-05 19:45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19세 정비노동자 사망 사고의 배경에는 서울메트로의 막장 갑질과 이를 가능케 한 ‘검은 공생’의 먹이사슬이 있었다. 지하철 1∼4호선을 관리하는 서울메트로는 2011년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하청업체인 은성PSD를 세우고 정원의 72%인 90명을 퇴직 임직원들로 채우도록 했다. 이곳에 일감을 주면서 퇴직자들의 자리를 만든 것이다. 한마디로 자회사나 마찬가지였던 까닭에 비상식적 갑질이 이어졌다.

서울메트로는 작년 8월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직후 은성PSD로 하여금 현장 인력을 추가 고용토록 하고도 한동안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들의 급여는 정비노동자들에 비해 2∼3배 높게 책정토록 하는 등 비메트로 출신 직원들을 착취하며 배를 불렸다. 하청업체를 쥐어짜는 과정에서 안전을 담당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인력 부족을 초래해 결국 사고가 일어났던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각종 안전사고 비리의 축소판이 서울지하철에서 다시 한번 그대로 확인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의 이면에는 ‘메피아’(서울메트로와 마피아의 약자)의 구조적 유착관계가 있었다. 관료나 공기업 출신 인사들이 협력업체로 옮기는 관행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메피아 사례는 최악이다. 본사가 사실상 하청업체를 만들어 외주를 주고 갑질을 하다가 결국에는 자리까지 챙기는 뻔뻔한 행태를 보였다. 그런데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사고 후에야 메피아에 대해 알았다니 한심하다. 박 시장은 시의 해당본부장을 교체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했으나 본인도 결코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안전 관련 업무의 외주는 중단하겠다”는 선언에서 그칠 것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서울시 산하 공기업의 채용 및 운영방식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특히 부당한 갑질이나 커넥션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고에 대해 수사 중인 경찰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것에서 나아가 책임 은폐 의혹은 물론 서울메트로와 하청업체 간의 불법적 관계를 철저히 파헤쳐야겠다. 메피아의 구조적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구의역 참사가 재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