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서윤경] 곡성

입력 2016-06-05 19:57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가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누가복음 24장 37∼39절) 관객 600만명을 돌파한 영화 ‘곡성’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홍진 감독은 “열린 결말”이라 했고, 인터넷엔 여러 해석이 올라와 있다. 스포일러(미리 영화 줄거리 등을 알리는 것)를 감수하고 나름 해석을 담아본다.

곡성은 ‘무속신앙’으로 포장했지만 기독교적 시각을 차용했다. 알지 못하는 이유로 이웃들이 죽고, 외지 남자에 대한 소문까지 더해지며 마을은 공포에 질린다. 주인공은 딸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무속신앙에 기댄다. 의외의 인물은 무명이라는 여자다. 결단의 순간, 주인공에게 무명은 “집에 가지 말라”고 한다. 의심하는 주인공에게 무명이 내건 조건은 새벽닭이 세 번 울기 전이다. 예수가 베드로에게 “새벽닭이 울기 전 네가 나를 세 번 배신할 것”이라고 말한 것 같이. 주인공은 베드로처럼 새벽닭이 세 번 울기 전 집으로 갔고 믿지 못한 것에 대한 처절한 응징을 받는다. 나 감독은 의심이 추측이 되고 추측이 사실이 되는 인간 심리를 그린 듯 하다.

최근 정부는 이런 심리를 이용해 믿음을 강요하는 듯하다. 각종 경제지표는 안 좋은데 정부는 “괜찮다, 좋아지고 있다”를 강조한다.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은 4개월 만에 0%대로 떨어졌지만 체감물가는 높았다. 무, 마늘은 1년 전보다 40∼60% 올랐고 하수도와 지하철요금도 20.0%, 15.2% 인상됐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소비자물가지수와 체감물가의 괴리 원인 및 보완방향’ 보고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체감물가는 두 배 이상 높다. 정부의 정책신뢰도 제고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도 끊임없이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지표를 마련하라고 한다. 그런데 기획재정부 1차관은 “우리 통계는 세계 기준에 따르고 있으니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정부의 귀에는 국민들의 울음소리(곡성)가 들리지 않는 걸까.

서윤경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