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갑상선 호르몬 많아도 적어도 문제… 임신 前 미리 체크를

입력 2016-06-06 17:43
이종석 서울광혜내과 갑상선클리닉 원장
성모(35·여) 씨는 임신 10∼12주경 입덧 증상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자 동네 의원을 방문해 피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뜻밖에도 갑상선기능항진 증상이 의심될 정도로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꽤 상승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가 갑상선클리닉을 운영하는 필자를 다시 찾게 된 이유다.

임신을 하게 되면 ‘사람 융모성 성선자극호흐몬’(hCG)이 과잉 분비되고, 이에 따라 갑상선기능항진증 또는 일과성 갑상선중독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일반인이 입덧 증상으로 많이 알고 있는 메스꺼움과 구토 증상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때는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항갑선제를 처방하지 않고 임신이 계속 진행되는 동안 메스꺼움과 구토 증상이 계속되는지 예의 주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임신 중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발생한 경우 임신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그 전에 앓았던 갑상선기능항진이 재발한 것인지 감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치료의 방향이 사뭇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통 임신 10∼12주경에는 hCG호르몬이 증가하고,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은 감소하는 게 정상이다. 일종의 임신 반응이다. 임신 10주 전후에 흔히 나타나는 입덧 역시 혈중 hCG농도가 높아져서 나타나는 반응이다. 입덧은 13주 이후 hCG호르몬 농도가 점점 낮아지는 대신 TSH 수치가 높아지면서 차츰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입덧과 유사한 갑상선기능항진 증상이 일어나면 일단 임신 주수 진행과 함께 사라지는지 지켜봐야 한다. 임신 진행 중 자연적으로 소실되면 입덧이 분명하므로 항갑상선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과거의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재발한 경우다. 이때는 갑상선중독증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양을 줄여서라도 꼭 항갑상선제를 복용해야 한다. 자칫 태아를 지키려다 산모의 건강을 해칠 수 있어서다.

갑상선 호르몬이 많아지는 항진증이든, 반대로 적어지는 저하증이든 임신 중 겪을 수 있는 갑상선 질환을 예방하려면 임신 전에 갑상선 기능이 정상인지 여부를 파악해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종석 서울광혜내과 갑상선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