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 유상증자 가능” 자구안에 담겨… 삼성그룹 차원 지원 길 열려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에 ‘필요하면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그룹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삼성중공업을 지원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3일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해 지난 1일 잠정 승인받은 자구안에는 “필요할 경우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됐다. 구체적인 유상증자 규모나 시점 등은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17.62%)다. 삼성그룹 계열사 전체로는 삼성중공업 지분 24.09%를 보유하고 있다. 유상증자를 실행에 옮기려면 각사 이사회에서 결의를 모아야 한다. 삼성중공업이 지난달 17일 제출한 자구안에는 유상증자 방안이 들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채권단에서 더 강도 높은 수준의 자구계획을 요구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제출한 자구안과 비교해 미흡하다는 판단이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지원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도 이어졌다. 이에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 가능성을 자구안에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참여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초 삼성엔지니어링 사례처럼 이 부회장이 지원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삼성그룹 관계자는 “유상증자 가능성을 언급한 것만을 두고 이 부회장과 연결짓는다면 비약이 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도 “당장 삼성그룹 계열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해석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라고 했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던 삼성엔지니어링과 현재의 삼성중공업은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자구안에 그런 내용이 포함됐다면 최소한 삼성중공업을 살리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유성열 기자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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