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관리 대책’ 들여다보니… ‘알맹이’ 빠진 특별대책, 신차 판매 30% 친환경차 대체

입력 2016-06-04 04:02



정부의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이 베일을 벗었다. 경유차와 화력발전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를 10년 안에 파리 등 ‘유럽’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다듬고 다듬은 특별대책’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전면에 내세웠던 경유가격 인상안이 빠지면서 기존 대책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노후 경유차 설 곳 줄어든다

환경부가 지목한 미세먼지의 ‘주범’은 결국 경유차였다. 특별대책의 핵심도 경유차 규제에 쏠렸다. 미세먼지 국내 요인 중 수도권에서 경유차 배출가스가 가장 높은 비중(29%)을 차지한다는 분석이 근거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도 3일 브리핑에서 “(클린 디젤 정책에) 중대한 시행착오가 있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정부는 경유차 규제의 일환으로 2005년 이전 제작된 노후 경유차 중 저공해 조치를 하지 않은 차량의 수도권 진입을 제한하는 환경지역(LEZ)을 확대키로 했다. 내년 서울시에 전면 적용한 뒤 경기도와 인천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서민 생계형 소형 경유차는 제외한다. 환경부는 2.5t 이하 차량을 ‘서민 생계형’의 기준으로 본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차량을 LEZ 규제에서 제외할지는 유동적이다. 영업용으로 한정할지 일반 차량까지 적용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단속도 쉽지 않다. 단속용 감시카메라를 활용해 적발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실효성이 문제다. 2012년부터 서울시에서 부분 시행했는데 현재까지 888건의 과태료 부과에 그쳤다. 때문에 엔진 교체나 매연 저감장치 장착 유도 등에 우선 주력할 가능성도 크다.

미세먼지 고농도 상태가 이어지면 차량부제 등의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다. 2005년 이전 출시된 노후 경유차 5만9000대에 대한 조기폐차 사업은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마칠 계획이다.

경유차를 줄이는 대신 ‘친환경차’ 활성화에는 박차를 가한다. 2020년까지 신차 판매의 30%를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로 대체하고 충전 인프라를 주유소의 25% 수준인 총 3100기로 확대한다.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공영 주차요금 할인 등 친환경차 혜택도 늘어난다. 단계적으로 모든 노선 경유버스를 친환경 CNG 버스로 대체하고 전기·수소버스를 보급하는 등 친환경 대중교통 체계도 확대할 예정이다.

뾰족한 수 없어 기존 대책 되풀이

‘경유가 인상’ 카드는 장기 계획으로 전환됐다. 환경부가 현재 휘발유값의 85% 수준인 경유값 인상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렸지만 기획재정부 등 재정 당국과 정치권의 반대로 이번 계획에 담지 못했다. 다만 정부는 4개 국책 연구기관에 공동연구를 맡기고 장기적으로 환경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 국제 수준 등을 고려해 현행 에너지 상대가격의 조정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유가 인상을 빼다 보니 기존 방안을 재탕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환경차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LEZ 확대, 직화구이 음식점 미세먼지 저감시설 설치 등 2차 수도권 대책에 담았다가 유야무야된 내용이 특별대책에 다시 포함됐다. 신규 대책으로 표기한 도로청소 가이드라인 보급, 저마모 타이어 기준 마련 등도 2차 수도권 대책에 이미 들어있다.

수도권 미세먼지 배출량의 30%를 차지하는 비산먼지 관리대책은 대형 건설사와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겠다는 수준이다. 지난달 수도권 일대 비산먼지 발생사업장 74곳의 절반이 넘는 42곳에서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위법이 비일비재한 가운데 ‘자발적 협약’의 실효성에 물음표가 찍힌다.

규제의 주 대상인 자동차 업계도 회의적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친환경차 비중을 높이는 것은 이미 진행 중인데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을 더 주겠다는 대책이라도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클린디젤에 대한 정부와 소비자 요구로 경유차 개발에 힘을 쏟았는데 이제 와서 수년 전 데이터를 가지고 퇴출시킨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계획 없이 목표의 ‘조기 달성’만 내세워 다음 정부에 부담을 떠넘기는 ‘졸속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전수민 유성열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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