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낙하산 70%’ 강제한 서울메트로… 하청업체 쥐어짜기 행태

입력 2016-06-04 04:02
스크린도어 정비 용역업체 은성PSD가 지난해 10월 원청 회사인 서울메트로에 보고한 추가 채용보고서 일부. 지난달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도중 숨진 김모씨도 포함돼 있다. 은성PSD 제공

서울메트로는 2011년 하청업체인 은성PSD 설립 당시 전체 직원의 70%가 넘는 90명을 메트로 출신 직원으로 우선 채용토록 했다. 또 지난해 8월 강남역 스크린도어 수리직원 사망사고 이후에도 인력충원 대신 갖가지 추가 업무 지시를 통해 하청업체 쥐어짜기 행태를 계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메트로 낙하산 70% 보장 규정까지

2011년 정년 연장을 놓고 대립하던 메트로 노사는 ‘퇴직자의 분사 재취업을 알선하고 처우를 보장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메트로 간부 출신 이재범(62) 대표이사 등 퇴직 직원 90명을 포함한 125명이 은성PSD를 설립했다.

메트로 출신 직원에 대한 고용보장 조건은 메트로와 은성PSD가 2011년 체결한 계약에 드러난다. 계약서에 포함된 부대약정서 제3조 1항은 ‘갑(메트로)의 전적 대상자가 90명이 안 될 경우 부족인원 비율만큼 자체 채용인원 및 용역물량(역사수량)을 조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전체 직원 125명 중 약 72%에 해당하는 90명을 메트로 출신 직원으로 우선 채용하라는 것이다. 은성PSD 관계자는 3일 “부대약정서대로면 전적 직원(메트로 출신) 1명이 퇴사했을 때는 무조건 전적 직원으로 대신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메트로 출신 인원이 없을 경우에는 일반채용을 할 수 있지만, 전적 직원이 은성PSD 취직을 원하면 일반채용자를 바로 내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항은 지난해 재계약 과정에서 빠졌다. 하지만 이는 정년퇴직·이직 등으로 은성PSD를 그만둔 메트로 출신 직원이 늘었기 때문이지 메트로 출신의 재취업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양측이 지난해 5월 체결한 계약서와 용역 제안서에는 ‘은성PSD는 메트로 전적자 38명을 고용승계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메트로 관계자는 높은 전적 직원 비중에 대해 “인력 감축 요구가 있었을 때 멀쩡한 직원들을 내보낼 수 없어 재취업을 보장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인원 뽑으려 했더니 센서청소 2배?

메트로가 인력 충원 등의 지원 없이 하도급 업체에 추가 업무를 부담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트로가 지난해 2월 작성한 ‘PSD유지보수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스크린도어의 구성품인 슬라이딩 도어와 장애물검지센서에 대한 야간 점검이 월 2회로 늘어났다. 은성PSD 관계자는 “장애물검지센서 야간 점검은 결국 센서청소를 말한다”며 “스크린도어 수리를 담당할 기술직 인원을 추가하려 했는데, 이렇게 업무 부담을 증가시키니 청소인력을 보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강남역 사고 이후 안전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메트로 측은 ‘2인1조’ 작업 등의 안전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9개월간 실제로 진행된 대책은 적정한 인력 충원과 설비 개선 등의 조치가 아니라 하청업체 ‘쥐어짜기’였던 셈이다. 메트로 관계자는 “지난해 업무량이 늘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인력 보강도 없이 추가 업무를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호 이가현 허경구 기자 wi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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