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메트로, 은성PSD에 용역비 ‘갑질’

입력 2016-06-04 04:00

서울메트로가 지난해 8월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직후 보완대책으로 정비 하청업체인 은성PSD에 추가 인력 고용을 지시하고도 이에 대한 용역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은성PSD는 서울메트로의 지침에 따라 용역을 수행하고, 이에 대한 용역비를 받아 인건비를 지급한다. 그런데 서울메트로가 하청업체에 업무량과 인원을 늘리도록 요구해 놓고 돈은 주지 않는 ‘갑질’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국민일보가 3일 은성PSD 관계자를 통해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정수영 서울메트로 안전본부장(사장직무대행)은 강남역 스크린도어 수리직원 사망 사고 직후 은성PSD를 방문해 “‘2인 1조’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인원을 보강하라”고 구두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은성PSD는 9월 한 달간 직원들이 초과근무를 하며 ‘2인 1조’ 체제를 운영하다가 10월 직원 18명을 임의 채용했다. 지난달 28일 숨진 김모(19)씨도 이때 채용됐다.

그러나 서울메트로는 9월 초과근무 비용과 10∼12월 추가 채용 인원에 대한 용역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은성PSD는 추가 채용 인원에 대한 총 1억1850만원의 인건비를 자체 충당해야 했다. 서울메트로는 올 1월부터 추가 용역비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앞선 3개월에 대한 소급 적용은 없었다. 지난해 5월 양측의 계약 내용을 보면 은성PSD는 매월 용역 내용 전체를 서울메트로에 제출하고, 서울메트로는 서류 제출 7일 이내에 은성PSD에 용역 대가를 지급하기로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은성PSD 관계자는 “추가 고용 이후 관련 서류를 매월 제출했지만 용역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메트로 측은 “은성PSD의 증원 관련 계약서 체결은 지난 1월이었다”며 “정 안전본부장의 구두지시 여부는 확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홍석호 이가현 허경구 기자 wi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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