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외국업체 4곳 실험 결과도 은폐

입력 2016-06-03 18:56 수정 2016-06-03 19:27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2012년 국내 연구기관 외에 외국업체 4곳에서 자사 제품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옥시는 이들로부터 받은 결과를 최근까지 은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옥시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발표 직후 미국 소재 3개 업체와 인도 소재 1개 업체에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중 3건의 실험결과 보고서를 임의제출 형태로 제출받았다고 3일 밝혔다.

이들 보고서는 모두 ‘흡입독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옥시는 이 보고서를 철저히 감췄다. 옥시는 국내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도 실험을 의뢰했다가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아예 수령을 거부하기도 했다. 대신 자신들에 유리한 서울대와 호서대 실험 결과만 갖고 회사 측 입장을 대변했다.

검찰은 이들 연구 보고서를 감추도록 지시한 임원이 현재 옥시 본사 아시아·태평양본부장인 거라브 제인으로 보고 있다. 거라브 제인은 2010년 5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옥시 한국 지사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검찰은 제인 전 대표에 대해 증거은닉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인 전 대표는 현재 싱가포르에 있으면서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고 있, 조사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제인 전 대표 외에 외국인 임직원 5명에 대해서도 출석을 통보했으나 2명으로부터 출석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거주지 확인이 되지 않은 1명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은 답을 주지 않았다. 검찰은 다음주 중 이들 임직원에게 질의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내 서면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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