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마, 어딜가” 곡성의 눈물… 그곳에 남은 ‘용서’

입력 2016-06-03 18:58 수정 2016-06-03 21:35
“나를 두고 어디 가시나요.” 퇴근길에 날벼락으로 숨진 양대진 곡성군청 주무관의 장례식이 열린 3일 임신 8개월의 부인(오른쪽 세 번째)이 관을 부여잡으며 오열하고 있다. 양씨의 주검은 광주 영락공원에 안치됐다. 곡성군청 제공

“오빠! 가지마. 어딜 가. 제발 돌아와….”

만삭의 아내(34)는 끔찍한 그날 밤처럼 몇 발짝 뒤에서 남편의 마지막 길을 따라 걸었다. 순식간에 이렇게 생(生)과 사(死)가 갈릴 줄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든든한 남편이었던 고인에게 이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입맞춤뿐이었다. 하얀 국화 송이가 놓인 관 위에 살포시 입을 갖다 댔다. 순간 눈물이 한두 방울 떨어지더니 곧 오열로 이어졌다. “오빠! 나를 두고 어디 가나요.”

아파트 20층에서 투신자살한 ‘공시생’과 부딪히는 날벼락으로 숨진 전남 곡성(谷城)군청 공무원 양대진(39) 주무관의 3일 장례식은 이렇게 시작됐다. 빈소가 마련된 광주 각화동 그린장례식장에서는 임신 8개월인 아내와 아들을 남겨두고 홀연히 떠난 양씨의 기구한 삶에 대한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부인의 오열 속에 오전 10시 발인식이 시작되자 가족과 친구들은 너나없이 눈물을 흘렸다. 성실하고 듬직한 동료를 잃은 곡성군 공무원들도 어깨를 들썩였다. 동료들은 “내년 4월이면 광주교육대 인근 새 아파트에 입주한다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곡성(哭聲)’ 속에 치러진 눈물의 장례식이었다.

눈물바다에도 여섯 살배기 아들은 영문을 모르는 듯 운구행렬을 신나게 따라다녀 주변을 더욱 숙연케 했다. ‘아버지의 부재’보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상황이 마냥 신기한 모습이었다. 마지막 여정을 마친 양씨는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와 아들이 보는 앞에서 한 줌의 재로 돌아갔다.

겨를이 없는 와중에도 양씨 유족들은 발인식 직후 가해자 가족을 만나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죽음으로 몰고 간 ‘공시생’의 유족을 오히려 용서와 화해로 보듬은 것이다.

죄인이 돼버린 공시생의 아버지와 친형은 2일에 이어 이날 양씨의 유족들을 다시 찾아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에 양씨의 유족들은 “처음에는 참기 힘들었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피해자다. 서로의 상처를 잘 치유하고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공시생 역시 양씨가 잠든 광주 영락공원에 영원히 잠들었다. 허망한 죽음으로 맺어진 인연이 아직 끝나지 않은 듯이, 6월의 햇살도 그들을 눈부시게 비추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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