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의 ‘약한 고리’인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예사롭지 않다.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국’으로 지정, 중국 금융기관을 주 타깃으로 겨냥한 데 이어 북한에 장비를 불법 수출한 혐의로 중국의 대표 기업을 조사 중이다.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중국의 ‘협력’을 강제하기 위해 국무부·재무부·상무부 등 ‘힘센’ 행정부처가 모두 동원된 양상이다. 이에 따라 6∼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는 양국이 대북 제재 등을 놓고 격렬하게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ZTE에 이어 또 중국 대표 IT기업 겨냥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 측에 북한과 이란, 수단, 쿠바, 시리아 등에 불법 수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자료를 제출하도록 최근 소환장을 보냈다. 특히 화웨이가 자체적 혹은 제3의 회사를 통해 이들 나라로 보낸 화물 내역에 대한 5년치 기록도 제출하도록 했다.
NYT가 입수한 소환장에 따르면 상무부는 화웨이 관계자들에게 지난달 직접 회의에 참석해 증언하도록 요구하고 그 전에 관련 정보도 제공할 것을 명령했다.
상무부는 앞서 지난 3월 또 다른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인 ZTE가 이란 등에 수출제한 품목들을 재수출했다며 제재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화웨이가 이번 조사에서 북한 등에 미국 정부가 금지한 품목을 수출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ZTE와 같은 제재를 받거나 최악의 경우엔 대미 수출금지 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
상무부의 화웨이 조사는 글로벌 통신 기술을 둘러싸고 양국 간 경쟁과 마찰이 점증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제스처로 볼 수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또 양국의 정보기술 회사들이 사이버 안보 및 글로벌 인터넷 관리 등과 관련해 위험한 지정학적 경쟁 속으로 끌려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국면 전환 움직임에 ‘찬물’
앞서 1일 재무부는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국’으로 지정해 미국과 북한의 금융거래 차단은 물론 미국 금융기관이 북한과 거래하는 제삼국 금융기관과 거래할 경우에도 제재하도록 했다. 이 조치는 중국 내 북한 무역회사들이 차명으로 중국 금융기관들과 은닉거래를 해 온 것까지 겨냥한 것으로 사실상 중국을 목표로 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어 이번에는 북한 등 미국의 적성국가에 장비를 수출한 혐의 등을 이유로 중국 대표 기업인 화웨이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중국 금융기관은 물론 중국 어떤 기업도 북한과 거래할 경우 미국에서 사업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의 성격이 짙다.
중국 정부는 반발할 것이 분명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면담을 통해 강력한 대북 제재 국면을 보다 유화적인 분위기로 전환하려는 의도에 미국이 정면으로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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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번엔 ‘화웨이’ 정조준… 北 감싸는 中에 경고장
입력 2016-06-0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