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이 다 뒤집어쓰는 꼴”… 윤증현의 ‘구조조정 돌직구’

입력 2016-06-03 18:25 수정 2016-06-03 18:30

경제 관료들 사이에서 ‘따거(큰형님)’로 불리는 윤증현(사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은 목적이 불분명하고 구체적인 전략·전술도 틀렸다”며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무현정부 때 금융감독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겸임한 윤 전 장관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기재부 장관을 지낸 대표적인 경제 원로다.

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한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산업 재편의 정책 측면에서 구조조정에 필요한 밑그림이 먼저 나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강연 주제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였다. 기재부 장관 출신 인사가 한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것은 윤 전 장관이 처음이다.

윤 전 장관은 “조선과 해운, 건설, 철강, 석유화학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의 경쟁상황 등을 고려해 공급과잉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산업통상자원부와 같은 주무부처가 밑그림을 그리고 경제부총리가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엉뚱하게 금융위원장이 다 뒤집어쓴 꼴”이라며 “금융위원장이 산업 재편까지 어떻게 하느냐. 순서가 잘못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부의 구조조정은 지난 4월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3트랙의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이미 지난해 10월쯤 금융위가 중심이 돼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 기재부·산업부·청와대 등과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위원장은 지난 4월에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을 자세히 설명했으나 실업대책과 대체산업 지원 대책 등 다른 부처의 소관 사항에 대해선 원칙적인 언급을 하는 데 그쳤다. 금융위 관계자는 “문제가 불거진 업종을 중심으로 채권단이 주도해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고, 정부 지원을 강조하면 통상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다”며 “실업대책 등은 범정부 차원에서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또 한은의 역할에 대해서도 “중앙은행 창립 이후 늘 견제하고 대립하던 정부의 재무장관 출신 얘기를 듣겠다고 한 한은을 높이 평가한다”며 “정부도 전 한은 총재를 초청해 중앙은행의 입장을 듣는 진정한 소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이 지금까지 물가안정이나 금융시장 안정에 치중해 온 전통적인 원칙을 고수하는 데 머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고용이나 성장에 이르기까지 중앙은행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로 나오는 외국 사례를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김지방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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