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前 ‘오대영’ 그 팀… 체코도 무섭다

입력 2016-06-03 20:16
울리 슈틸리케(왼쪽 두 번째) 감독이 3일 체코 프라하 에덴아레나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면서 공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2001년 8월 15일 체코 브루노 드르노비체 스타디온. 개최국으로 출전할 월드컵을 불과 10개월 앞두고 세계 수준과의 간격을 확인하기 위해 체코 원정을 떠났던 한국 축구대표팀은 0대 5로 처참하게 패배했다. 당시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파벨 네드베드(44)가 중원을 장악한 체코는 한국이 골을 넣을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상대였다.

이미 3달 전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같은 스코어로 패배했던 한국은 체코와의 전·후반 90분 동안 세계의 높은 벽을 다시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한국의 사령탑이었던 거스 히딩크(70·네덜란드)는 이 경기를 계기로 ‘오대영(0대 5로 지는 감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한국은 그 다음해 5월까지 대대적인 팀 리빌딩과 뼈를 깎는 노력으로 개혁에 성공하면서 2002 한일월드컵 4강으로 진출했다. 아시아에서 유일무이한 한국의 이 업적은 체코 원정 참패를 통한 자기반성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15년 전 체코는 한국에 이런 기억으로 남은 팀이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대표팀은 5일 오후 10시(한국시간) 프라하 에덴아레나에서 체코를 상대로 유럽 원정 2차전을 갖는다. 통산 전적 3무1패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한국의 5번째 도전이자 15년 만에 성사된 리턴매치다. 슈틸리케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의 입장에선 지난 2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스페인에 1대 6으로 대패한 유럽 원정 1차전의 충격을 털어내고 추락한 자존심을 만회하기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송곳처럼 날카로운 공격력과 이를 지탱하는 중원 장악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묵직하게 압박하는 체코는 현란한 패스워크로 상대를 교란하는 스페인과 또 다른 방법으로 한국의 골문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최전방 공격수부터 골키퍼까지 빈틈이 없다. 특히 골키퍼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스널을 준우승으로 이끈 정상급 골키퍼 페트르 체흐(34)다. 체흐는 체코에서 A매치를 119경기나 소화한 베테랑이다. 신장 196㎝, 체중 91㎏의 건장한 체격조건으로 골문을 단단하게 걸어 잠근다. 공격 방법이 단조로운 한국이 쉽게 뚫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신장 190㎝의 장신 스트라이커 토마스 네시드(27·CSKA 모스크바)는 최전방의 제공권을 장악하고, 체흐와 함께 아스널에서 활약한 미드필더 토마스 로시츠키(36)는 중원에서 허리를 든든하게 지킨다. 특히 네시드는 지난 2일 러시아를 2대 1로 이길 때 1득점 1도움으로 공격을 모두 책임졌다.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개막을 앞두고 상승세가 가장 뚜렷한 선수 중 하나다.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스페인과의 유럽 원정 1차전을 마치고 “대회와 평가전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수비적인 전술로 좋은 결과를 내라고 가르치는 것은 내 축구철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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