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해운동맹

입력 2016-06-03 18:35

해운동맹은 세계 각국 해운업자들이 선박을 공유하고 노선을 공동 운영하는 연합체다.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운임 등 운송에 관한 여러 협정을 맺는다. 효시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875년 영국 12개 해운사가 자국과 인도 캘커타(현 콜카타)를 잇는 뱃길을 운영하기 위해 결성한 ‘캘커타동맹’이 시초다. 당시의 바다는 영국과 네덜란드 등 해양대국이 지배했다. 그러다 20세기 들어 1·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미국 일본이 부상한 데 이어 한국 홍콩 대만 중국 등이 해운업에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1970년대 말에는 동맹체가 350개에 달하기도 했다.

지금의 초대형 4강 구도가 구축된 건 2014년. 덴마크 머스크라인(세계 1위)과 스위스 MSC(2위)가 결성한 ‘2M’, 프랑스 CMA-CGM(3위) 중심의 ‘O3’, 중국 코스코(4위)와 한진해운 등의 ‘CKYHE’, 독일 하팍로이드와 현대상선 등이 맺은 ‘G6’가 그것이다. 한데 최근 격변기를 맞았다.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하는 ‘2M’에 맞서기 위해 3·4위 등이 제휴한 ‘오션’이 새로 형성되자 하팍로이드 한진해운 등 나머지 6개사가 뭉쳐 지난달 ‘디 얼라이언스’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재편된 3대 동맹체제는 내년 4월 출범한다.

문제는 현대상선이 배제됐다는 점이다. 해운동맹에 끼지 못하면 영업력 등 경쟁력을 상실해 도태된다.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현대상선의 마지막 과제도 해운동맹 합류다. 3가지 관문 중 채무재조정과 용선료 인하 협상은 고비를 넘겼다. 이제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하면 되는데 회원사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렇기에 경쟁사인 한진해운의 의중이 열쇠다.

현대상선(15위)이 엊그제 상생을 강조하며 한진해운(8위)에 처음으로 SOS를 타진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떨떠름한 표정이다. 뒤늦게 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해운으로서는 첫 관문인 용선료 협상부터 난항을 겪고 있어 회생 여부조차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사 합병론까지 부상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덜컥 동의했다가는 순풍을 탄 현대상선에 먹히게 될 수도 있다. 한진해운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해운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박정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