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가 될 공산이 한층 커졌다. 법정시한이 코앞인데 여야 3당의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은 도무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줄 모른다. 진전은커녕 오히려 후퇴했다. 얼마 전까지 총선 민의에 따라 국회의장직에 미련이 없다고 했던 새누리당이 변심하면서 협상이 더욱 꼬였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단은 오는 7일, 상임위원장단은 9일까지 선출해야 한다. 그러나 여야가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20대 국회도 19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개원이 속절없이 늦어질 게 확실시된다.
국회의장은 제1당에서 맡는 게 관례처럼 굳어졌다. 물론 예외가 없는 건 아니다. 16대 국회 때 제2당으로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의 이만섭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전례가 있다. 하지만 후반기에 당시 제1당인 한나라당의 박관용 의원이 의장을 맡게 된 이후 줄곧 제1당이 국회의장직을 차지했다. 뜬금없이 새누리당이 마음을 바꿔 국회의장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를 지렛대 삼아 법사위, 운영위 등 이른바 노른자위 상임위를 차지하려는 전형적인 성동격서 전략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야당 주장대로 청와대 지시에 따른 거라면 청와대 정무수석을 협상 파트너로 내보내는 게 옳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3일 공동으로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원구성과 관련해 유일한 합의사항이다. 국회를 소집해놓지 않으면 만에 하나 주말 동안 협상이 타결돼도 오는 7일 본회의를 열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야 3당이 국민 앞에 철석같이 맹세한 법정 기한 내 원구성 약속을 끝내 휴지조각으로 만든다면 국민들은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를 접을 것이다. 연휴를 반납하고 밤 새워 협상을 해서라도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여야는 국회에서 시급히 처리할 사안이라며 하루가 멀다 하고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래놓고 감투싸움 탓에 국회 문을 열지 않는다면 이율배반이다.
[사설] 원구성 협상 보니 20대 국회도 싹이 누렇다
입력 2016-06-03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