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美 대선 본선 레이스 ‘진흙탕 전쟁’

입력 2016-06-03 18:07 수정 2016-06-03 18:19
일러스트=이은지 기자 nowtoon@kmib.co.kr
‘미국 역사상 가장 기이한 선거’로 불리는 올해 미 대선 경선전이 오는 7일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5곳의 프라이머리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된다. 경선 과정에서 듣기 민망할 정도로 거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고 흠집내기도 많았지만 어쩌면 이는 예고편에 불과할지 모른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본선 레이스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볼썽사나운 진흙탕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본선의 두 주인공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스스로 ‘감추고 싶은 과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결국은 공약이나 능력을 경쟁하기보다 상대의 약점을 물어뜯는 최악의 네거티브 전쟁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흠 많은 두 후보, 네거티브가 최대의 무기

두 후보에게 워낙 문제가 많다보니 양쪽 캠프는 이미 상대 후보를 겨냥한 ‘뒷조사’ 특별팀을 꾸려놓았다. 또 벌써부터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특히 트럼프는 ‘화이트워터 게이트’ 사건을 정면으로 거론하며 먼저 싸움을 걸었다. 이 사건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칸소주 지사 시절 관여했던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일이다. 주지사 지위를 악용해 연방정부로부터 부당하게 자금 지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됐었다. 문제는 클린턴 부부가 백악관 법률고문으로 빈센트 포스터를 고용해 이 사건에 대한 대응을 맡겼는데 그가 1993년 7월 워싱턴DC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당시에도 타살설이 돌았는데 트럼프가 또 다시 이 사건을 끄집어내 타살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는 곧 클린턴 전 장관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는 과거 빌 클린턴의 성추문과 관련해서도 끊임없이 피해 여성들과 접촉하며 정보를 모으고 있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 보안이 떨어지는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과 관련된 ‘이메일 게이트’, 역시 장관 시절 리비아에서 미국 대사 등이 테러단체에 의해 숨진 사건인 ‘벵가지 게이트’ 등 온갖 ‘게이트’에 연루돼 있다.

이에 맞서 클린턴은 트럼프의 ‘비즈니스 실패’ 사례를 꾸준히 모으고 있다. 이를 통해 트럼프의 유일한 장점인 ‘비즈니스 흥정의 달인’ 이미지를 깎아내리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가 비즈니스를 잘한 게 아니라 수시로 망했으며 특히 직원이나 여성들을 막 대하는 등 ‘갑질’을 많이 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트럼프가 사업을 하면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의혹도 파고 있다. 또 부동산 강좌를 위한 ‘트럼프 대학’을 설립해 비싼 강의료만 받고 제대로 교육하지 않았다며 ‘사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국 대선 역사에 ‘새로운 기록’ 속출한다

영국 BBC방송은 3일(현지시간) 이번 대선은 누가 되든 ‘70대 대통령’이 배출되게 된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오는 14일 70세 생일을 맞는다. 클린턴은 오는 10월 69세가 되며, 내년에 70세가 된다.

클린턴이 당선되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는 기록도 세운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64년 만에 처음으로 주지사나 연방의원 경험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다. BBC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카지노를 운영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도 미 역사상 최초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