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문동성] 세비 반납, 그들만의 신경전

입력 2016-06-03 04:36

시작은 국민의당이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내세우며 지난 1일 “원구성이 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말하며 ‘세비 반납’ 논쟁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즉시 “월급에 연연하는 것도 아닌데 모욕감을 느낀다. 유치하다”고 받았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일 다시 “하기 싫으면 자기들만 안하면 된다”며 반박했다.

일을 안 해 돈 안 받겠다는데 말릴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세비 반납이 국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새누리당은 2012년 19대 국회 개원 지연에 책임을 지겠다며 6월 세비를 반납한 적이 있다. 이를 기억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19대 국회는 국민 기억 속에 역대 최악의 국회로 각인됐다. 총선 민의를 ‘변화에 대한 열망’이라고 규정해 ‘미래’ ‘새정치’ 구호를 외쳤던 국민의당이 4년 전 새누리당이 했던 일을 끄집어내는 것은 아이러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다. 안 대표가 세비 반납 문제를 두고 “거기(더민주) 내부에 이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지만 국민의당 내에선 “여기(국민의당)에도 이견이 많다”는 말들이 흘러나온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월급을 어떻게 할지에 별로 관심이 없다. 슬그머니 특혜나 늘리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그보다는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 수백명이 수장 당하지 않고, 무심코 가습기를 틀었다가 자식을 잃는 부모들이 없기를 바란다. 돈을 벌기 위해 정치를 하는 사람도 없다고 믿는다.

한 초선 의원은 사석에서 “국민들의 꿈을 대신 지고 가겠다는 열정으로 정치를 시작했다”는 말을 했다. ‘일하는 국회’를 약속해놓고 원 구성도 못한 채 월급부터 반납하겠다는 것은 ‘약속을 못 지켰으니 돈으로 갚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밥그릇싸움’에 몰두한 정당들이 고개 들고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얘기다. 국회가 제때 개원하더라도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엔 또 뭘 내놓아야 할까. ‘선명성’ 경쟁과 쓸데없는 논쟁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없다.

문동성 정치부 기자 the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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