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75·사진)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이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매장 운영 관련 편의를 제공해 주고 10억원대 뒷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정운호 전방위 로비’ 의혹의 불똥이 롯데 사주 일가(一家)로 튀는 양상이다. 롯데면세점 운영 및 입점 업체와의 유착 여부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수 있다. 롯데 측이 대량의 증거를 인멸한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2일 서울시 중구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신 이사장과 아들 장모(48)씨 자택 등 6∼7곳을 압수수색했다. 신 이사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명품 브랜드 유통업체 B사도 포함됐다. 방위사업수사부는 네이처리퍼블릭의 군 매장(PX) 입점 로비를 한 브로커 한모(58·구속기소)씨를 체포한 뒤 롯데면세점 로비 의혹도 함께 조사해 왔다.
검찰은 정운호(51) 대표가 롯데면세점 입점 및 운영 과정에서 10억원 이상의 리베이트를 신 이사장에게 제공한 혐의점을 찾아냈다. 한씨가 신 이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 이사장은 호텔롯데와 면세사업부 등기임원이다.
한씨는 2012년 네이처리퍼블릭과 롯데면세점 매장 운영에 관한 컨설팅 계약을 맺고, 점포 수익의 3∼4%를 수수료로 챙겼다. 그런데 정 대표는 2014년 7월 한씨와의 계약을 일방 해지하고 B사와 거래를 시작했다. B사 등기부를 보면 2014년 7월에서야 ‘면세사업 관련 컨설팅업’이 사업목적으로 추가된다. B사 대표는 이모(56)씨로 돼 있지만 신 이사장의 장남인 장씨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경영활동이 어려운 형편인 장씨를 대신해 사실상 신 이사장이 B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애초 네이처리퍼블릭 측이 수수료를 빙자한 뒷돈을 지급하면 한씨와 신 이사장이 나눠 갖는 구조였는데, 두 사람 관계가 틀어지면서 신 이사장이 한씨를 배제한 것으로 본다. 검찰은 정 대표와 한씨로부터 ‘이면계약’ 관련 구체적 진술을 확보했다. 자금흐름 추적을 통해 신 이사장의 혐의 상당부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이사장은 조만간 배임수재 피의자로 소환될 전망이다.
B사는 장씨가 지분 전량을 소유하게 된 2005년 이후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오너 일가에 배당해 왔다. 지난해까지 장씨에게 흘러간 배당금은 117억원에 달한다. B사는 정 대표와 계약을 맺은 뒤인 지난해 14억2700여만원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이 중 12억원을 장씨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줬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이 정 대표의 면세점 로비 의혹으로 한정해 진행됐다고 설명한다. “추가적 수사 단서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관 100여명이 투입된 대규모 압수수색에서 그룹의 다른 경영비리 흔적이 검찰에 포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롯데면세점 관계자들이 다른 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겼는지 여부도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네이처리퍼블릭 사례와 비슷한 단서가 나오면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측이 압수수색 전에 조직적으로 컴퓨터 교체, 자료 파기 등을 한 것으로 보고 증거인멸 혐의도 수사할 계획이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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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로비 정운호, 신영자에 10억원대 뒷돈 의혹
입력 2016-06-0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