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로비 정운호, 신영자에 10억원대 뒷돈 의혹

입력 2016-06-03 04:00
검찰이 2일 ‘정운호 입점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서울 중구 롯데호텔 사무동 앞에 롯데그룹 직원과 취재진 등이 몰려 있다. 서영희 기자
신영자(75·사진)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이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매장 운영 관련 편의를 제공해 주고 10억원대 뒷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정운호 전방위 로비’ 의혹의 불똥이 롯데 사주 일가(一家)로 튀는 양상이다. 롯데면세점 운영 및 입점 업체와의 유착 여부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수 있다. 롯데 측이 대량의 증거를 인멸한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2일 서울시 중구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신 이사장과 아들 장모(48)씨 자택 등 6∼7곳을 압수수색했다. 신 이사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명품 브랜드 유통업체 B사도 포함됐다. 방위사업수사부는 네이처리퍼블릭의 군 매장(PX) 입점 로비를 한 브로커 한모(58·구속기소)씨를 체포한 뒤 롯데면세점 로비 의혹도 함께 조사해 왔다.

검찰은 정운호(51) 대표가 롯데면세점 입점 및 운영 과정에서 10억원 이상의 리베이트를 신 이사장에게 제공한 혐의점을 찾아냈다. 한씨가 신 이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 이사장은 호텔롯데와 면세사업부 등기임원이다.

한씨는 2012년 네이처리퍼블릭과 롯데면세점 매장 운영에 관한 컨설팅 계약을 맺고, 점포 수익의 3∼4%를 수수료로 챙겼다. 그런데 정 대표는 2014년 7월 한씨와의 계약을 일방 해지하고 B사와 거래를 시작했다. B사 등기부를 보면 2014년 7월에서야 ‘면세사업 관련 컨설팅업’이 사업목적으로 추가된다. B사 대표는 이모(56)씨로 돼 있지만 신 이사장의 장남인 장씨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경영활동이 어려운 형편인 장씨를 대신해 사실상 신 이사장이 B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애초 네이처리퍼블릭 측이 수수료를 빙자한 뒷돈을 지급하면 한씨와 신 이사장이 나눠 갖는 구조였는데, 두 사람 관계가 틀어지면서 신 이사장이 한씨를 배제한 것으로 본다. 검찰은 정 대표와 한씨로부터 ‘이면계약’ 관련 구체적 진술을 확보했다. 자금흐름 추적을 통해 신 이사장의 혐의 상당부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이사장은 조만간 배임수재 피의자로 소환될 전망이다.

B사는 장씨가 지분 전량을 소유하게 된 2005년 이후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오너 일가에 배당해 왔다. 지난해까지 장씨에게 흘러간 배당금은 117억원에 달한다. B사는 정 대표와 계약을 맺은 뒤인 지난해 14억2700여만원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이 중 12억원을 장씨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줬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이 정 대표의 면세점 로비 의혹으로 한정해 진행됐다고 설명한다. “추가적 수사 단서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관 100여명이 투입된 대규모 압수수색에서 그룹의 다른 경영비리 흔적이 검찰에 포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롯데면세점 관계자들이 다른 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겼는지 여부도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네이처리퍼블릭 사례와 비슷한 단서가 나오면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측이 압수수색 전에 조직적으로 컴퓨터 교체, 자료 파기 등을 한 것으로 보고 증거인멸 혐의도 수사할 계획이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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