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NYT 인터뷰 “푸틴의 크림 병합 나도 똑같이 했을것”

입력 2016-06-02 18:21 수정 2016-06-02 18:53

지난 3월 85세 생일을 맞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고르바초프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소련 붕괴 25년이 지났지만 러시아에서 가장 비난을 받는 인물로 남아 있는 것에 대해 “표현의 자유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러시아에서는 “소련 붕괴의 장본인 고르바초프를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을 포함해 저명인사 여러 명이 그를 소련 해체를 사주한 범죄자로 공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NYT는 “간첩을 의미하는 ‘외국 기관원’으로 고르바초프를 비방하는 속에서도 개혁과 개방을 이끌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독립신문 노바야 가제타의 드리트리 무라토프 편집장은 “러시아인 일부는 그가 자유를 가져왔다고 환영하지만 일부는 똑같은 이유로 혐오한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는 “심지어 푸틴 대통령 측근에게서도 권위주의와 단호함을 강조하는 발언을 듣는데 이는 민주주의가 먼 장래에나 이뤄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확고히 뿌리를 내리고 선거에 기반하며 정기적으로 지도자를 선출할 기회가 주어지는 게 러시아에 필요한 것”이라며 “이는 국내정책뿐 아니라 대외정책의 안정에도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고르바초프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직접 공격을 삼갔지만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은 강하게 비판했다. 러시아가 현재의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된 데는 그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대외정책에는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고르바초프는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한 데 대해 “같은 상황에 있었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