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폭발 사고… 하청 노동자들의 일상과 실태

입력 2016-06-02 18:35 수정 2016-06-03 02:54
경찰 과학수사팀이 2일 오후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남양주시 지하철 공사장 붕괴사고 현장에서 감식을 위해 허리에 로프를 매고 지하로 내려가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의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목숨을 잃거나 다친 근로자 14명은 모두 시공사의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은 일용직 근로자였다. 또 다른 하청업체 근로자 김모(19)씨는 지난달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졌다. 하청 근로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거나 다치면서 하청업체와 원청업체 등이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체들이 안전 관리를 외면하는 가운데, 하청업체 근로자들만 위험한 현장에 '홀로' 남겨지고 있다.

남양주 사고 현장, 원래 위험했다

“지하 작업장에 내려가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건의할 처지는 안 됐죠.” 남양주 사고 현장에서 호흡 곤란을 호소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근로자 안모(60)씨는 2일 “작업장이 원래 위험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지하 15m 지점에 내려가 작업한 장소는 모두 2곳이다. 안씨는 사고가 나지 않은 반대편 지하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1일 오전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쾅’하는 폭발음과 함께 작업장 내부의 전등이 모두 꺼졌다고 한다. 연기가 자욱했고 가스 냄새 같은 게 많이 났다고 했다. 안씨는 “숨쉬기가 어려워 질식사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하 작업장에 내려가는 통로는 겨우 성인 남성의 어깨넓이 정도라고 한다. 통로는 지하 공간과 수직으로 연결돼 있고 이 통로의 벽에 철근을 용접해 발 디딜 곳을 만들었다. 안씨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위험을 많이 느꼈다. 아주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기억했다. 안씨는 하루 18만원씩 받고 이 현장에서 일하기로 했었는데 일을 시작한 지 9일째 되는 날 사고가 터졌다.

유독 하청 근로자들에게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국가인권위원회가 2014년 10월 발표한 ‘산재 위험직종 실태조사’에 따르면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원청업체 근로자보다 더 위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위험이 더 큰 이유로는 ‘더 많은 작업량’ ‘위험한 업무 담당’ ‘안전조치 미흡’ 등이 꼽혔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줄고 있지만 사망자 중 하청 근로자 사망 비율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1134명이던 산업재해 사망자는 지난해 955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2012년 사망자 중 37.7%를 차지했던 하청 근로자는 지난해 6월 40.2%로 늘었다.

열악한 하청 업체 근로자의 세계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하청 근로자는 얼마나 되고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2014년 기준 하청 근로자는 최소 100만명으로 추정된다. 고용노동부는 매년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 조사’를 발표하지만 이를 통해 원청업체 근로자와 하청 근로자를 파악할 수는 없다. 근로자가 속한 사업체 이름만으로 하청 여부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시균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기업 데이터와 고용보험 가입 현황 등을 분석해 원·하청 고용 구조를 분석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하청업체는 2만3068개, 고용보험에 가입된 근로자는 약 100만1000명이다. 반면 원청 업체는 365개이고 고용보험에 가입된 근로자는 68만3000명이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근로자만으로 추정했을 뿐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소규모 하청업체 근로자들까지 감안하면 실제로는 그 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 분석된다. 하청 근로자 비율이 높은 업종은 조선·1차금속·전력·기계·자동차 등이다.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은 어떨까.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연구(2013년 6월 기준)에 따르면 하청 근로자들의 임금은 원청업체 근로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원청 업체 근로자는 월평균 560만원을 받는데 하청 근로자는 286만원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3차 이상 하청업체 근로자는 월평균 236만원으로 원청업체 근로자의 42% 수준이다. 하청업체에는 노조도 거의 없다. 원청업체의 노동조합 가입 비중은 40% 수준이지만 하청업체는 7% 수준에 불과했다.

하청 근로자 여모(28)씨는 “원청이 귀찮고 위험한건 다 하청에 떠넘기는데 안전도, 임금도 너무 열악하다”며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하청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일이 더 위험하게 쏠리고 있다”며 “그러나 모두가 하청 근로자들의 열악한 상황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판 이가현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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